립턴 총재대행은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하강 리스크를 감안하면 주요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국가의 특정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중앙은행들은 미래 경기침체와 맞설 실탄이 바닥날 것을 두려워해 통화완화정책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지원을 필요로 하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며 “이는 경기둔화 심화에 맞설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미약한 인플레이션에 맞서고자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IMF는 지난 4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 업데이트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3.6%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립턴 총재대행은 “내년 경제성장이 일부 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을 전제조건으로 깔고 있다”며 “무역 긴장이 해소돼야 하며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터키와 이란 등 극도의 압박을 받는 국가들이 다소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다음 경기침체에 맞설 수 있는 각국의 재정과 통화정책 여지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립턴은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하강을 촉발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앙은행들이 행동을 주저하면 경기둔화 더 나아가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립턴은 이달 초 당초 2021년 7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전 총재가 차기 ECB 총재로 내정되자 총재대행을 맡게 됐다. 그는 라가르드의 후임으로 누가 올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럽 인사가 IMF 총재를, 미국인이 세계은행(WB) 총재를 맡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으나 최근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도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립턴 총재대행은 이번 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FT와 인터뷰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