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한일 양자 협의 날짜를) 12일 오후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첫 양국간 만남이다. 협의 장소는 도쿄로 정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양자 협의 요구에 8일 주일 대사관을 통해 ‘협의 날짜를 논의하자’는 회신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선 협의에 응할 수 없다’는 5일 회신보다는 진전된 태도다.
산업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개최를 목표로 경제산업성과 정확한 협의 날짜와 참석자를 논의 중이다. 우리 측 협의 대표로는 전략 물자 담당 실무 간부인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국장)이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이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협의를 자국 입장을 옹호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있어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출 규제 조치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일본은) 설명하는 데는 인색치 않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양자 협의와 별개로 일본 주장에 맞서 국제 공조도 강화키로 했다. 우선 8~9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 무역 이사회에 파견된 대표단이 회원국에 일본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설명키로 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찾아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에게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성 장관은 일본산 불화수소가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일본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 최근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를 수입하여 가공하거나 수출하는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했으며 불화수소의 수입·가공·공급·수출 흐름 전반을 점검한 결과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UN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되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제기하고 있는 의혹에 근거가 있다면 일본은 UN 안보리 결의 당사국으로서 구체적인 정보를 한국을 포함한 유관 국가와 공유하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라며 "일본은 근거 없는 주장을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를 위한 초단기·중기 지원책은 다음주 발표될 예정이다. 수입선 다변화와 소재·부품 국산화 지원 강화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성 장관은 "민관이 함께 해서 가능할 수 있는 조치들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