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SK그룹이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수출 규제로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스와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 그룹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2011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2016년 SK머티리얼즈, 2017년 SK실트론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시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추가적인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하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PR),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대표적으로 반도체나 LCD 및 태양전지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이 묻어 있는 장비를 세척하는 삼불화질소(NF3) 등을 생산한다.
SK머티리얼즈는 당장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품목에 해당하는 것은 없으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연쇄적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거론하고 있는 품목과는 관련이 없고 자회사 SK쇼와덴코에서 에칭가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규제하는 제품과는 다르다”며 “원료 역시 (규제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지 않고 중국에서 대부분 들여오기 때문에 현재로선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책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며 피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아직 (생산차질 등의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예상만 하고 있는 것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측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웨이퍼 전문회사인 SK실트론은 웨이퍼 제조에 사용되는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물량이 있어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재는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재고가 있어 기존과 같이 생산을 하고 있지만 재고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수출 규제 상황에 진전이 없거나 대체품을 찾지 못하면 생산이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순차적으로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SK실트론 관계자는 “불산을 원료로 쓰는 부분에 대해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나, 한 달에서 한 달 반 후에 재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 물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일본 외에 중국과 미국에서 (대체재료를) 알아보고 있으나 제품이 똑같이 표준이 돼있는 것이 아니라서 적합한 원재료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수출 규제가)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안 될 시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관련 SK그룹사들은 단기적으로 생산에 동반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중장기 관점에서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증설 등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기술력 역시 향상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제재에 따라 일본 업체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졌다”며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기업들이 벤더 다변화를 통한 소재 국산화를 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