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연구에 집중 투자한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핵심 소재의 ‘탈(脫) 일본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9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정테마 연구지원 과제 15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혁신적인 반도체 소재 및 소자·공정 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 △컨슈머 로봇 △진단 및 헬스케어 솔루션 등 4개 분야에서 과제를 선정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온 이동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100층 이상 집적하기 위한 신규 소재 △다이아몬드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 등 반도체 소자 구조와 소재를 획기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과제 6개를 집중 육성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연구과제들을 선정했다. △OLED 청색 발광 소재의 효율 한계 극복 △홀로그램용 공간 변조 기술 연구 △나노와이어 기반 마이크로 LED 연구 등 5개 과제가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0년간 1조5000억 원을 출연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시작했다. 기초과학, 소재, ICT 분야의 ‘자유공모 지원과제’는 매년 상, 하반기에 한 차례씩 선정하며, ‘지정테마 지원과제’는 연 1회 선정한다.
‘지정테마 지원과제’는 2014년부터 해마다 발표됐지만, 올해 과제 선정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맞물리면서 남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지정테마 지원과제에서 반도체 소재와 디스플레이 과제가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삼성전자는 산업계와 학계 추천을 통해 매년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기술분야를 찾아 지정테마 연구지원 과제로 선정, 지원하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 모두 반도체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지정테마는 △차세대 통신과 융복합 기술 △차세대 센서 소재와 소자 분야였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D램 약 70%, 낸드플래시 약 50%로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약 50%, 장비 국산화율은 18%에 머물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일본의 보복 조치로 정부 차원에서의 소재 산업 집중 육성, 규제 완화, 삼성과 같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지원과 주도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재의 탈일본화를 서두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가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미래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을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며 “새로운 분야를 열거나, 난제를 해결하려는 큰 목표에 도전하는 과제를 선정하여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재와 디스플레이 외에도 ‘컨슈머 로봇’ 분야에서 로봇 피부로 압력, 온도, 거리, 진동 등을 감지하는 말초신경계 광섬유센서 개발 등 2개 연구과제를 선정했다. ‘진단 및 헬스케어 솔루션’ 분야에서는 미세먼지를 크기와 종류별로 구별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공기정화기술 등 2개 과제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