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이 직접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한 ‘반도체 비전 2030’이나 삼성그룹의 ‘메가딜(Mega Deal)’ 인수·합병(M&A)에는 삼성전자가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도 검찰과 정치권·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등으로 전략·사업을 조율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는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한다면 ‘뉴(New) 삼성’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던 반도체가 업황 악화로 부진해지자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가 휘청이는 모양새다.
2016년 1·2분기까지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였으나 같은 해 3분기에는 64.8%를 찍었다. 이후 50% 이상을 꾸준히 이어오더니 지난해 2분기에는 78.1%라는 놀랄만한 실적 냈다.
특정 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스플레이·스마트폰이 동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고꾸라진다면 삼성그룹 전반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차별적인 검찰 수사로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기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시장과 재계는 이 부회장이 해법을 찾아 단기간에 위기를 벗어난다면 ‘뉴(New) 삼성’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질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최근 ‘뉴(New) 삼성’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지난달 14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고동진 정보기술( IT)·모바일 부문장(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 등과 함께 IM부문 사장단 회의를 하고 13일 열린 이 분야의 글로벌 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삼성전기를 방문해 세계 ‘톱2’를 노리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도 직접 챙겼다.
이 과정에서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던 ‘신경영론’에 견줄만한 비장한 각오와 의지를 엿볼수 있는 발언을 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일에 ‘초격차’를 주문하며 장기·근원적 기술력 확보의 중요성을 거론한 것보다 한층 수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M&A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실탄도 104조2136억원(2018년 말 현금 보유액)에 달한다.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들도 올해 들어 M&A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강 사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단독으로 1등을 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다”며 “전략적인 기술과 인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대형 M&A도 당연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야심찬 계획도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발 반도체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뉴삼성’경영철학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