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 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연말 FGI(집단심층면접) 실태조사 결과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일부 기업에서 인건비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달 중순)을 앞두고 8000원(사용자)과 1만 원(노동자)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에서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정한 수준’을 강조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지난 2년 동안 29.1% 오르면서사회적 파장이 적지않았다.
이 장관은 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정년연장 문제에 대해 ‘일본식의 단계적 연장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20년 먼저 고령화가 된 일본은 정년 노력의무를 시작으로 정년을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정년 연장, 폐지, 재고용 등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일본 정책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저소득층 고용이 주는 등 파장이 컸다.
“지난 연말 실태조사를 해보니 소상공인, 한계업종, 한계기업 등에서 인건비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함께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 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위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전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사용자측은 차등 도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현행법으로 가능하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 요청 시 차등 적용 여부를 심의해 줄 것을 함께 요청해왔으나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 우려와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 기준, 통계 인프라 부재 등의 이유로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경영계가 업종별, 규모별 차등적용을 위한 필요성 검토와 통계 인프라 확충 등을 요청하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위의 기능을 강화해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겠다.”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국회에서 장기 계류 중이다. 한국당은 1년을 요구하고 있는데.
“탄력근로제 개선 방안은 산업 현장의 애로와 제도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한 입법화가 필요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노사합의 할 때 사업주 분들의 의견을 들었다. 6개월이면 대부분의 업무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단위기간 확대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가 연동되는 것이어서 단위기간을 무작정 확대하기는 어렵다.”
-내년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중소기업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 해당 기업은 약 2만7000여 곳으로, 이 중 약 1300여 곳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실시해 기업의 준비상황과 초과근로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300인 미만 기업은 상대적으로 자체 대응 여력과 정보 접근성이 낮아 현장 지원이 중요하다. 이달부터 지방노동관서에 근로감독관, 고용센터 직원, 노무사로 구성된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운영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년연장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가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나.
“기획재정부에서 인구정책TF를 구성해 논의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정년 후 재고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20년 먼저 고령화가 됐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어떤 정책을 썼는지 많이 참고하고 있다. 일본은 60세 정년 노력의무를 시작으로 몇 년 후 60세 정년의무화, 단계적으로 기준연령을 상향하면서 정년 연장, 폐지, 재고용 등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일본의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취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재정이 투입된 단기 공공 일자리가 느는 등 고용의 질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재정 일자리가 일정 부분 고용 개선에 기여했지만 전체적으로 민간시장이 호전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 비중(68.6%)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고 고용보험 가입자도 3개월 연속 50만 명 이상 증가하는 등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의 취업자가 늘고 있다. 고용을 늘리면서 질도 개선하는 게 일자리 정책의 과제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의 55%만 적용 대상이다. 미적용 분들에게 고용안전망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게 급선무 아닌가.
“제조업은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부터 상황이 안 좋았다. 작년 하반기 조선업이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일 때 자동차 부품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대내외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수출 부진으로 연결돼 제조업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고용부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에 대해서는 위기대응반을 가동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공장이 제조업의 생산성을 업그레이드한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일자리는 결국 민간에서 나와야 한다. 기업들이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반기업 정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거시지표 중 제일 나쁜 게 투자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을 위해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에 둘 것이다. 고용부는 업종별로 지역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과 업종에 맞는 민간 일자리 증가를 유도해 나가겠다.”
-고용부의 한국형 실업부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국형 실업부조 명칭인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정부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실업 부조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저소득층에게 직업훈련이나 직무경험 등을 통해 좀더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한테는 일정 수당을 지급한다. 이 돈을 지급받으려면 앞에서 말한 활동을 해야만 하는 구조다. 저소득층의 경우에 소득이 없으면 아무 데나 가서 일하고 금방 그만둬 빈곤이 악순환된다.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수당을 지급하면서 직업훈련을 받게 해 좋은 일자리로 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당 반발로 국회 비준 전망이 불투명한데.
“비준 추진과 협약 주요 내용에 대해 관계부처와 노사단체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외교부에 비준을 의뢰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측이 제기하는 쟁점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절차를 성실히 추진할 것이다. 관련 쟁점들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이해관계자 간 이견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 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문제이자, 통상관계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경영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고용 유연성 확보가 급선무라는 지적도 많다.
“과거 경제성장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계층들의 권익 향상과 격차 완화에 보다 중점을 둬 왔고, 이 과정에서 정책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연성 관련 논의는 고용 안정성 문제와 함께 균형감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EU에서는 노동유연성의 개념을 폭넓게 정의해, 해고 중심의 수량적 유연성 외에 기술훈련을 통해 적응력을 높이는 기능적 유연성과 임금구조를 바꾸는 임금 유연성 등 다양한 접근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연성의 개념을 넓혀서 직업훈련과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 임금의 연공성 완화, 직무중심 인사관리 등 다양한 접근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몇 달째 정상 운영이 안 되는 경사노위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사노위가 과거 노사정위원회와는 달리 미조직 계층대표들이 새롭게 참여한 가운데 회의운영 방식의 틀이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노사 간 이견이 큰 과제를 논의하다 보니, 지난 몇 개월 동안 경사노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그런 것 같다. 급한 과제일수록 여러 사회적 주체들이 대화로 해결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