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2분기 실적 감소는 예상돼 있던 건데, 앞으로가 훨씬 더 걱정스럽습니다."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답답한 속내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계속 내림세고, 미·중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업황 침체도 장기화할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이날부터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5일 오전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분석한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54조784억 원, 영업이익 6조787억 원이다.
반도체의 부진 심화로 한때 전망치가 5조 원대까지 내려갔으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다소 회복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4조8700억 원)보다 무려 59% 감소한 규모다. 10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한 전 분기와 비교해도 1000억 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3.31달러로 5월(3.75달러)보다 11.73%나 떨어졌다.
지난달 올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하락세를 벗어났지만, 다시 큰 폭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3달러 선까지 위태로워졌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9월(8.19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60% 가까이 하락했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악화하는 미·중 통상전쟁이 D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격 회복세까지는) 2~3분기가 더 지나야 할 것이고 가격도 현재보다 30~4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계절적 수요에 따라 하반기 D램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될 것이라는 기존 ‘상저하고’ 전망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거시 불확실성 확대와 반도체 세계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소비 정체 등으로 전년 대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큰 틀에서 상저하고 기조를 유지하지만 회복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반도체 핵심 소재 조달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 1위에 오르겠다고 밝힌 비메모리 사업 확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부터 파운드리 사업에서 EUV(극자외선) 라인 양산을 시작할 예정인데, 여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파운드리 사업 주요 고객사에 “납품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퀄컴, 엔비디아, IBM 등 유력 IT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공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우려뿐만 아니라 상반기 출시가 연기된 ‘갤럭시 폴드’도 제대로 나와야 하고,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도 예정돼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