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아이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연내 퇴사하고 독립해 자신의 회사인 ‘러브프롬(LoveFrom)’을 차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이브가 물러나면서 애플은 산업디자인 담당 부사장인 에번스 행키와 휴먼 인터페이스를 맡고 있는 앨런 다이 부사장이 디자인 책임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모두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COO)의 직속이 된다.
최근 수년간 아이브는 애플의 일상 경영과 디자인 작업에는 덜 관여했다. 그럼에도 팀 쿡 최고경영자(CEO)과 애플에서 쌍벽을 이루는 저명한 리더인 아이브가 회사를 떠난다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WSJ는 강조했다.
아이브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애플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브는 “연말 회사를 떠나 2020년에 러브프롬을 완전하게 출범시킬 것”이라며 “나의 독립회사 첫 고객은 애플이 될 것이다. 애플 직원은 아니지만 여전히 관여할 것이다. 이런 관계가 아주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이북과 아이폰, 아이팟 등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창출하면서 잡스와 함께 애플 신화를 창출했던 아이브의 퇴사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WSJ는 아이브의 사임이 애플을 서비스 회사로 변모시키려는 쿡 CEO의 계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과 앱 등 서비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가운데 아이폰 성장이 벽에 부딪힌 지금 잡스와 아이브 시대 핵심 전략이었던 정교하고 혁신적인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아이브는 1992년 애플에 입사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 본 것이 잡스였다. 잡스는 애플에 복귀한 1996년 아이브에게 애플 디자인 부문 진두지휘를 맡겼다.
아이브 등장 이전까지 애플은 외부 업체에 신제품 디자인을 맡겼다. 아이브는 약 20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구축해 간결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잡스의 철학에 부응하는 제품 디자인을 주도했다.
아이브는 디자인 혁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2015년 애플 CDO로 올랐다.
아이브가 세우려는 새 회사에는 잡스와의 추억이 담겨 있다. 그는 FT에 “과거 직원회의에서 잡스가 자신의 근본적인 동기부여 중 하나는 사랑과 배려로 무엇인가를 만들 때 직접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더라도 인류에 대한 감사를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러브프롬은 잡스의 이 말에서 따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애플은 사비 칸을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쿡의 핵심 참모였으며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 책임자로서 품질 확보와 기획 조달 생산 물류 상품 등 공급망과 관련된 다양한 부문을 두루 감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