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에게 ‘자기만의 방’을 주는 이유

입력 2019-06-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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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철 사회경제부 기자

기자 생활을 하며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의 악행과 잘못에 시선이 쏠리면서 좋은 일 또는 칭찬할 만한 일이 사람들 관심 밖에 있을 때다. 그래서 한 가지 변화를 굳이 한 번 더 기록하려 이 글을 쓴다.

국토교통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으로 아동 빈곤가구가 공공임대주택에 우선해서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보증금 50만 원, 임대료는 주변 시세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청결하고 방이 2개 이상인 곳에서 아동 빈곤가구가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아동 빈곤가구는 만 18세 이하 아동이 있으면서 주거기본법에 규정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된 주택에 사는 가구를 의미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신랄할 정도로 묘사된 지하 및 옥탑방 등에 거주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놀랍게도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94만4000명의 아동이 주거 빈곤 상황에 처해 있다. 전체 아동 10명 중 1명이다.

“단칸방에서 부대끼며 살 때가 있었지”라는 말로 과거를 미화하고 넘기기에는 취약한 주거환경이 성장기 아동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먼저 집에 조용히 학습할 공간이 없어 또래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을 개연성이 높다. ‘기생충’ 속 송강호 가족처럼 화목하기라도 하면 좋은데, 좁고 불편한 곳에서 여유를 잃고 살다보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은 더 커진다. 더욱이 자라나는 아이가 혼자서 쓸 수 있는 화장실, 욕실도 없는 경우에는 성추행 피해를 보는 경우까지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18년 실시한 연구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애들이 뭔가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가끔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뭔가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고, 좁으니까 맨날 부딪히며 싸우게 되고….”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정신적으로 자립하려면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방에서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가질 때 생기는 책임감과 꿈이 있다. 안 좋은 소식이 세상을 뒤덮고 있지만 이런 변화를 볼 때마다 우리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너무 느리거나, 너무 파편적이거나, 너무 작아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대개 이러한 경우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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