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의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가 ‘리빌딩 전략’으로 연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패션기업 한섬은 타미힐피거가 지난해 매출 2200억 원을 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한섬이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 부문 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출 2000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 2017년(1950억 원)보다 매출이 11% 성장했다.
타미힐피거의 이 같은 성장세는 한섬이 지난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 부문 인수 후 추진한 ‘브랜드 리빌딩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뒤 타임·시스템에 대한 이른바 ‘메가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한섬은 연 매출 1000억 원대였던 여성복 브랜드 타임에 대해 50여 명의 패션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타임 사업부’를 신설해 디자인과 소재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 그 결과 2016년 국내 여성복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타임 시그니처 라인’ 등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스템 역시 2016년부터 ‘시스템 2’, ‘시스템 0’ 등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군 확장을 통해 지난해 15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섬 관계자는 “타임과 시스템은 기존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공격적인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외형 확장세를 보였다”며 “타미힐피거 또한 높은 인지도에, 한섬의 차별화된 브랜드 육성 비결을 접목할 경우 단시간 내에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브랜드 리빌딩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타미힐피거 리빌딩 전략의 핵심은 ‘라인업 확대’와 ‘디자인 차별화’다. 우선, 기존에 없던 새로운 타미힐피거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도입했다. 한섬은 기존 남녀 의류에 국한됐던 제품군을 신발·캐주얼 패션·잡화 등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타미힐피거 풋웨어(슈즈)’를 론칭하며 글로벌 단독매장 1호점을 현대백화점에 연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영캐주얼 제품으로 구성된 ‘타미진스’ 단독 매장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했다. 최근에는 숍인숍 형태로 ‘타미힐피거 삭스(양말)’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디자인 차별화에도 공을 들였다. 한섬은 지난해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빅 로고’ 등 타미힐피거 글로벌 본사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제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현재 타미진스 등에서는 빅 로고를 활용한 캡슐 컬렉션을 1년에 두 번 이상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또 기존 국내 타미힐피거 매장에선 볼 수 없던 파격적인 디자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코카 콜라’,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국내 고객의 체형을 고려한 ‘아시안 사이즈’을 선보인 것도 타미힐피거 성장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기존 미국·유럽 등 서구형 체형에 맞춰졌던 의류 치수를 국내 실정에 맞게 팔 길이와 허리둘레 등을 줄인 스웨터나 한국 체형에 특화된 모자 등을 선보였는데,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한섬의 시도는 타미힐피거를 젊고 밝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바꿔놨고, 결국 신규 고객 증가로 이어졌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타미힐피거(남녀 의류 및 타미 진스) 신규 구매 고객은 전년 동기간 대비 43%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전체 구매고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는 등 고객층이 전반적으로 젊어졌다.
한섬 관계자는 “타미힐피거 외형 성장을 통해 기존 고급 패션 시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캐주얼 패션 부문까지 확장하게 됐다”며 “앞으로 오브제·오즈세컨·DKNY 등 다른 인수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전략도 차례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