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를 받을 때 업종·자산·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중분류 내에선 업종 전환도 허용된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경영한 연매출 3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상속세의 100%를 500억 원 한도로 공제해주는 제도다. 대신 10년간 업종과 자산,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환경은 빠르게 변화하는 데 반해 사후관리 요건이 지나치게 경직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기업상속공제 이용 건수는 2017년(91건)을 제외하곤 매년 70건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사후관리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중분류 내에선 업종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소분류 내 업종 전환만 가능해 해당 소분류 자체가 사양업종인 경우엔 상속세를 물고 업종 전환·폐업하거나, 자본잠식을 무릅쓰고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 제분업의 경우 현재는 소분류상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내에서만 업종 전환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제빵업(기타 식품 제조업) 등 중분류(식료품 제조업) 내에서 다른 업종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업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대로라면 업종을 전환하고자 할 때 제한이 커 업종을 확대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도 업종을 제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만) 기존 업종과 연관성이나 고용유지 등을 감안해 (완전 허용이 아닌) 중분류 내에서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 기간 중 자산·고용유지 의무도 완화시킨다. 현재는 사후관리 기간 중 20% 이상 자산 처분이 금지돼 있는데, 업종 변경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기존 설비를 처분하고 신규 설비를 대체 취득하는 경우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한다. 고용유지 의무도 10년을 통산했을 때 중소기업은 정규직 근로자가 상속 당시의 100% 이상, 중견기업은 120% 이상 돼야 하는데 중견기업의 고용유지 요건을 중소기업과 같은 100% 이상으로 낮춘다.
단 가업상속공제 개편이 경영 노하우의 유의미한 전수, 안정적 고용승계 등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매출액 기준을 확대하진 않는다. 또 성실경영 책임 강화를 위해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상속기업의 탈세·회계부정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공제를 배제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사후관리 기간 중 탈세·회계부정이 발생하면 공제 상속액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포함한 모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상속세를 최장 20년까지 분납할 수 있도록 한다. 피상속인의 경영·지분보유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상속인의 상속 전 2년간 가업종사 요건도 삭제해 상속세를 일시납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단 상속세 연부연납 시에는 이자가 가산돼 분납 기간이 늘수록 총 납부액도 늘어난다.
기재부는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이 특정 대상에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하는 특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이번에 가업상속공제를 개편하면서 업계에서 요구했던 매출액 수준 완화 등은 배제했다”며 “(오히려) 경영 책임을 확대하고, (특혜 논란과 같은) 그런 우려도 같이 고려해서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재산세제과장은 “과세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선 2013년부터 이월과세를 도입해 가업승계로 인해 공제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피상속인의 당시 취득가를 기준으로 양도세 부과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도 함께 판단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