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군 해역 등 7곳 해사 채취 허용” 정부 고시에도
인천해수청 ‘어민 반대’ 이유 들어 8개월째 결론 못내
바닷모래 채취를 두고 어민들과 골재업체의 양보 없는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넘게 해사 채취가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골재업체는 어민과 정부를 상대로 해사 채취 재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어민들은 어족 보호와 해양 생태계 보전, 적절한 보상 등을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양상이다.
9일 한국골재협회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하는 곳은 인천 앞바다, 충남 태안, 서해·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부산 앞바다 등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1월 통영 욕지도 인근을 시작으로 2017년 1월 충남 태안, 2017년 8월 인천 앞바다 등지의 바닷모래 채취를 전면 중단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어족자원 보존과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전문기관의 바닷모래 채취 용역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중단 방침을 내놨다. 문제는 길게는 3년 5개월째 바닷모래 채취를 하지 못하다 보니 전국에 있는 해사 채취 골재업체들이 자본잠식 등 경영난을 겪으며 줄도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는 해사 채취 인근 어민과 해양수산부 등을 상대로 합리적 용역을 통한 해사 채취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 전국 해사 채취 허용 논란 지역 중 대립이 가장 심한 곳은 인천 앞바다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자재 수급을 위해 지난해 9월 인천 옹진군 해역 선갑도 45공구 등 7곳에서 2023년까지 5년간 1785만㎥의 해사를 채취할 수 있도록 정부 고시를 이끌었다. 그러나 협의 기관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어민 대표 협의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8개월이 넘는 현재까지 결론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바다골재협회 인천지회 소속 15개 회원사와 60여 협력업체 직원 수백 명이 최근 인천해수청 앞에서 해사 채취 허가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이들은 7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추가 집회를 열었고, 11일에는 해양수산부 앞에서 상경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이후에도 해사 채취가 허용되지 않으면 바닷모래 채취 선박을 이용해 해상봉쇄 시위도 열기로 했다.이들은 해사 채취를 위한 ‘해역이용영향평가서’가 어민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천 옹진군의 경우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어민 4명, 옹진군에서 추천한 어민 2명 등 6명이 대표로 지정됐다. 골재업체는 1~2명도 아닌 6명의 어민 대표와 합의를 하라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고성일 한국골재협회 회장은 “관련 규정에는 단체들과 사전 협의를 거친 후 그 결과만 보고서에 첨부하라는 내용이 있을 뿐 ‘합의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사업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라며 “백 번 양보해 합의를 하려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해사 채취에 훼방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해사 채취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골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다 보니 전국 골재업체는 직원을 80% 이상 내보냈고, 직원과 가족 및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이들의 생계도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인천해수청은 바닷모래 채취를 막기 위해 ‘불통 행정’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지난해 새로 생긴 ‘해역이용영향평가서’ 규정대로 인근 주민 대표와 합의하게 돼 있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발단”이라며 “골재업체와 주민 대표가 릴레이 협상을 하는 만큼 조만간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해수청에 따르면 골재업체와 어민 대표 6명은 현재 8개 합의안 가운데 △선박통항안전대책 △채취선 안전운항 상시점검 △해사 채취 3년 뒤 연안해역 제외 등의 3개 조항은 합의를 마쳤다. 나머지 5개 조항은 △산란기 채취 금지(5~8월) △공유수면점용료 수산자원 조성 50% 투입 △합당한 인근 어민 보상 등으로 이에 대한 추가 합의를 위해 10일 옹진군에서 3차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