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요 주주총회 안건인 '회사분할건'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이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계획서가 주총 시장 20여분 만에 승인됐다.
현대중공업 당초 이날 오전 10시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을 강행할 예정이었으나, 급히 오전 11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장소와 시간을 변경했다. 노조가 점거 농성 중인 울산 한마음회관 주총장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총 주식수의 72.2%인 5107만4006주가 참석,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참석 주식수의 99.9%(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
회사분할은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인데, 무난히 넘긴 셈이다.
안건 통과로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에 편입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었던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이자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소를 병렬적으로 거느리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상장법인으로 남고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며, 거래 중지 없이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향후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 및 투자, 미래기술 R&D 등을 수행하는 기술중심 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며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잇달아 보고서를 내고, 기술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 주주가치 제고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분할계획서 승인에 찬성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양 사의 분할 등기일은 오는 6월3일이며,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주총에서는 현대중공업 조영철 부사장(재경본부장 겸 CFO)과 주원호 전무(중앙기술원장)를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94.4%의 찬성표가 나와 통과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물적분할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노사 간 신뢰구축에 전력을 기울여 빠른 시일 내에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고용 안정, 단협 승계 등 임직원과 약속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사회에도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일부의 오해가 불식될 수 있도록 회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의 위상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 3월8일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노조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을 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분할 이후 다음 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유럽연합(EU), 중국·일본·미국·캐나다 등 10여개국에서 많게는 30여개국으로부터 결합심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즉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 지분 전체(55.7%)를 한국조선해양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이 진행되며, 이 대가로 산업은행은 1조2500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와 8500억 원 상당의 보통주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