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학 내 실험실 창업에서 상장까지 성공한 바이오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대학 내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원천기술 등의 보유로 국내 주요 기업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며 관련 산업 발전을 이끄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실험실 창업이 성과를 거두자 정부도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대학 창업 펀드’의 정책을 통해 이들의 연구개발(R&D)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헬릭스미스·강스템바이오텍 등 대학 내 창업 성공 = 업계에선 대학 내 창업에서 상장까지 이룬 모범사례로 헬릭스미스(바이로메드),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꼽힌다.
헬릭스미스는 1996년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前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학교 내 창업으로 시작한 1호 바이오벤처다. 2005년 말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되었으며 자체적으로 first-in-class(혁신신약)를 개발해 미국에서 임상을 하는 첫 사례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유전자VM202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가치 10조 규모로 기업을 성장시켰다.
강스템바이오텍을 설립한 강경선 이사회 의장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시절 학교에서 창업해 줄기세포 리더기업으로 이끌었다. 세계 최초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 치료제인 퓨어스템 에이디주에 대한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을 받고 동화약품과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의 공동개발과 사업화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활발하게 외연을 확장 중이다.
셀리드의 강창률 대표는 서울대 약학대 내 첫 창업 성공 사례다. 이 회사는 세포기반 면역치료백신 개발 바이오벤처로 자궁경부암·두경부암 적응증 BVAC-C 임상 2상과 위암·유방암 적응증 BVAC-B 임상 1상 등 5종의 항암면역치료백신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항생제 원료용 효소를 개발 생산해 국내외 제약사에 판매하고 있는 아미코젠도 실험실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신용철 대표가 2000년 경상대 미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창업했으며 201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특히 신 대표는 최근 상장한 셀리드, 클리노믹스 등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창업 초기 바이오벤처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신약 연구개발 기업 ‘제넥신’, 유전체 전문기업 ‘마크로젠’, 비피더스균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을 연구하는 ‘비피도’, 고순도 줄기세포의 분리 및 치료제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줄기세포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SCM생명과학’ 등도 실험실에서 시작해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내 제 2의 창업 붐 기대하는 정부 = 이처럼 대학 내 창업의 두드러진 성과가 점차 많아지면서 정부도 주춤했던 벤처 열풍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특히 최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 따라 대학 내 실험실 창업에 대한 다각적 지원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병원과 창업기업 간 협력 활성화를 위한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을 추진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까지 바이오 실험실 창업기업 500개 창출을 목표로 바이오 창업의 낮은 성공률·긴 IPO(기업공개)기간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 구체적으로는 실험실 창업을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 실험실창업 이노베이터 육성, 투자연계형 공공기술사업화기업 성장지원 등이 이뤄진다.
중소기업벤처부도 기술사업화 촉진펀드와 교육부의 대학창업펀드 등을 결합해 2022년까지 6000억 원 규모를 조성한다. 또한 대학 및 연구기관의 기술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올해 기업당 최대 30억 원씩 총 1900억 원을 보증하는 지원도 이뤄진다.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 R&D지원이 원천기술에 포커스 되어 있었고, 연구자들이 직접 실용화에 나서니 성과가 미비했다”며 “특히 첨단제품들은 기존 R&D프로세스와 달리 탐색적인 임상이 많이 허용되어야 최적의 제품 개발이 가능하기에 국내 first-in-class 탄생을 위해선 국가의 지원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신약개발에 있어 각 단계별로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기술 공유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 실험실에서 탄생한 좋은 제품들이 시장에서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며 “기업-실험실-병원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