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랠리를 펼쳤다. 초장기물 위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일제히 1.8%를 밑돌았다. 2년6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 금리를 타깃으로 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차도 6년만에 역전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리가 하락한데다 외국인이 현선물을 공격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포지션 추정치는 역대 최대행진을 이어갔다. 단기물에서도 원·달러 급등을 빌미로 확대된 재정거래 유인에 매수세가 계속됐다.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10년 국채선물 미결제가 사상 처음으로 15만계약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유럽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브레이크가 없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현선물 매수도 무서울 정도라고 전했다. 사실상 일본 같은 저성장국면을 한국에서 본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3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 동결 결과가 나오더라도 장이 크게 밀릴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국고3년물은 3.5bp 하락한 1.619%로 2017년 1월5일 1.60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고5년물은 4.0bp 내린 1.642%로 2016년 11월10일 1.587% 이후 가장 낮았다. 국고10년물은 5.2bp 떨어진 1.741%를, 국고20년물은 4.9bp 하락한 1.783%를 보였다. 각각 2016년 11월9일(1.671%, 1.768%) 이후 최저치다.
국고30년물은 5.5bp 내린 1.781%를, 국고50년물은 5.4bp 내려 1.774%를 기록했다. 각각 2016년 10월31일(1.769%, 1.756%) 이래 가장 낮았다. 국고10년 물가채 또한 5.2bp 하락한 0.650%로 2013년 5월2일 0.64% 이후 6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10-3년간 스프레드는 1.7bp 좁혀진 12.2bp를 기록했다. 이는 3월25일 11.8bp 이후 2개월만에 최저치다.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전일과 같은 109.1bp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기획재정부가 입찰한 재정증권 63일물 2700억원어치를 비롯해, 19.12.2통 730억원 18-10 500억원, 15-8 859억원, 20.11.19 산금채 500억원 등 다양한 종목으로 매수세를 이어갔다. 총 매수규모는 728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매도규모는 15-4 400억원 등 1050억원 가량으로 집계되는 중이다.
미결제는 1895계약 감소한 38만7780계약을, 거래량은 8043계약 줄어든 7만5857계약을 각각 기록했다. 원월물 미결제 45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20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2987계약을 순매수했다. 투신이 1846계약을, 보험이 1137계약을 각각 순매수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은행은 3610계약 순매도로 대응했다. 금융투자도 851계약 순매도해 5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6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52틱 오른 129.84를 보였다. 역시 마감가가 장중 최고가였던 가운데 2016년 11월9일 130.60 이후 가장 높았다. 장중 저가는 129.43으로 장중변동폭은 41틱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금통위가 있었던 지난달 18일 73틱 이후 최대치다.
미결제는 5300계약 늘어난 15만1239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137계약을 합한 15만1376계약은 2010년말 신국채선물 재상장이후 역대 최대치다. 직전 최대치는 27일 기록한 14만7767계약이었다. 거래량도 1만2415계약 늘어난 7만2900계약을 보였다. 합산 회전율은 0.48회를 기록했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5138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는 16일 5868계약 순매수 이후 일별 최대 순매수규모다. 반면 금융투자는 1837계약을, 투신은 1735계약을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추정치를 보면 3선의 경우 25만계약을 돌파한 25만194계약을 기록했다. 10선의 경우도 9만계약을 넘긴 9만2970계약을 보였다. 각각 역대최대 순매수규모다.
현선물 이론가는 3선의 경우 고평 4틱을, 10선의 경우 파를 각각 기록했다.
그는 이어 “금통위를 앞두소 소수설과 만장일치가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다만 경기둔화 우려가 전반적으로 팽배해져 있어 금리 강세 분위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브레이크가 없다.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고 글로벌 금리가 다 빠지고 있다. 외국인도 무섭게 사고 있다. 선물만이 아니라 현물매수도 크다”며 “나라가 망한다면 되레 팔 것이다.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인식에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채권시장이 아시아장에서 일본을 빼면 거래량 등 측면에서 호주보다 큰 것 같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원화채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이하 통안채나 국고채 등 단기물은 재정거래 수요다. 스프레드로 자금이 들어오다보니 금리 절대레벨을 보지 않는다. 이에 따라 3년, 5년, 10년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실상 현선물 역대 최대포지션을 기록 중인 외인이 언제까지 매수세를 지속할지 모르겠다. 반면 오늘 차익실현 매물도 나왔다는 점에서 숨고르기 양상은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