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적은 물량을 공급하면서 완판을 유도했다는 것. 때문에 ‘매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29일 편의점 업계와 담배 업계에 따르면 24일 출시된 ‘쥴’ 디바이스는 출시 첫날 서울 지역 GS25와 세븐일레븐에서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쥴’은 CSV(폐쇄형 시스템) 전자담배로 액상 카트리지를 기기에 장착해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 담배다. 쥴은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브랜드다. 국내 소비자가는 3만9000원으로 보통 할인 쿠폰가에 구입할 수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7일 출시된 ‘릴 베이퍼’ 역시 디바이스 구매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 제품은 KT&G가 ‘쥴’에 맞불을 놓기 위해 출시한 액상 담배로, CU서울과 대구, 부산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4만 원으로 ‘쥴’에 비해 1000원 비싸다. 하지만 ‘릴 베이퍼’는 담배 1개비 분량을 사용할 때마다 진동으로 알려주는 ‘퍼츠 시그널’ 방식을 적용해 소비자 편의를 높였다. 액상 카트리지 소모량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경쟁사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일반 담배 맛과 시원한 맛, 이국적인 맛 등 총 3종으로 다양성도 갖췄다.
그러나 쥴과 릴 베이퍼를 전자담배 전쟁 2라운드로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디바이스 유통채널을 다양화하고 충분한 물량을 시장에 선보였다면 액상형 전자담배인 쥴과 릴 베이퍼는 공급물량 자체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공급으로 의도적으로 완판을 계획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CU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릴 베이퍼’ 디바이스 수량을 출시 첫날 점포당 4개로 제한했다. 액상 카트리지의 경우 점포당 1보루로 한정했다.
‘쥴’을 판매하는 GS25와 세븐일레븐 역시 극소수의 수량을 발주한 것은 마찬가지다. 동작구에서 GS25를 운영하는 한 점포는 ‘쥴’ 출시 첫날 공급받은 디바이스는 1개뿐이었다. 해당 점주는 본사에서 발주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틀 뒤 6개를 공급받기는 했지만, 28일에는 발주마저 불가능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GS25 점포는 출시 첫날 ‘쥴’의 발주는 불가능했고, 이튿날이 돼서 겨우 4개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담배 회사가 품귀 대란을 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 제조사가 판매점에 극소수의 물량만 공급해 출시 전부터 이미 완판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면서 “완판 효과 마케팅을 노린 담배 회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액상 전자담배 제조사는 공급 논란에 대해 수요 예측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KT&G 관계자는 “시장반응을 살펴야할 필요가 있고, 과도하게 물량 공급 계획을 잡았다가는 악성 재고로 남을 수도 있다”면서 “추후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