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소유보다 공유와 경험을 원하는 경제적인 니즈,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이 함께 맞물리면서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전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470조원에서 202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미디어 콘텐츠를 취급하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생필품(아마존), 화장품(버치박스), 면도기날(달러 쉐이브클럽) 등은 물론 자동차, 요트 등 고가품까지 정기배송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CJ ENM 오쇼핑부문(이하 CJ오쇼핑)은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정기배송 사업을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정기 배송 사업에는 정기결제 시스템과 배송 인프라 등이 핵심인데, CJ오쇼핑은 TV홈쇼핑에서 유일하게 정기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CJ오쇼핑이 처음으로 정기 배송을 결정한 상품은 에어퀸 생리대다. 이 상품은 신소재인 ‘나노 멤브레인’을 사용해 통기성을 높였으며 피부에 닿는 생리대 표지층(커버)엔 국제 유기농 섬유 인증(OCS)을 받은 순면을 100% 사용했다. 정기배송 선택 시 정가(7만5000원)에 비해 6% 할인한 7만500원에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CJ오쇼핑은 3~4개월 이내에 CJ몰에 정기 배송 전용 사이트를 열고, 정기 결제를 자동화하고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TV 홈쇼핑사가 매월 정기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구독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쇼핑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정기 배송 서비스는 2012년 화장품 신제품이나 샘플 정기배송을 시작한 ‘미미박스’, 2015년 신선식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론칭한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들로부터 시장이 태동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선두권 대기업들이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정기 배송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의 선두주자 쿠팡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약 4년 전 생필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도입한 쿠팡은 정기배송 상품을 한 개 신청하면 쿠팡가 5%를 할인받을 수 있고, 3가지 이상 서로 다른 상품을 동일한 날에 받도록 신청하면 10% 할인이 적용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정기 배송은 한 번 신청해 놓으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업체가 일방적으로 가격 정책을 바꿀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정기 배송의 특성상 소비자가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쿠팡은 기저귀 정기배송 25% 할인 행사를 진행한 후 얼마 뒤 10%로 할인 폭을 낮춰 소비자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타트업에 한정됐던 정기 배송 서비스가 최근에는 유통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송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면서 “이들이 노리는 것은 기존 고객을 붙들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