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 주식, 30~50% 할인된 가격에 거래…재벌 개혁해야 정상화”

입력 2019-05-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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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복잡한 지배구조 등의 문제를 품고 있는 ‘재벌’ 기업들 탓에 대폭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LG나 현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지난 수년간 비교 대상 시장과 비교해 최소한 5분의 1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돼왔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할인’은 ‘재벌’로 불리는 기업 경영 대기업의 펀더멘털 문제에서 비롯되는 증상이라고 분석했다.

달튼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임 애널리스트는 “한국 주식시장엔 막대한 할인이 있다”며 “대략 30~50% 정도일 것으로 보는데, 할인폭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변호사도 “주식이 아주 아주 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현상”이라며 “한국은 큰 규모의 외국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한국의 10대 재벌이 코스피 시가 총액 기준으로는 절반, 기업의 순이익 기준으로는 70%를 차지한다며 그럼에도 정치와의 불투명한 유착관계와 복잡한 지배구조, 적은 배당금으로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른 코스피의 ‘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주 행동과 재벌 리더십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T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그룹의 지분을 14.98%까지 늘리면서 경영권에 전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의 피터 김 전략가는 “이러한 움직임은 굉장히 소란스러운 ‘경고 사격’”이라며 “다른 재벌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그러나 일각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의 고삐를 느슨하게 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그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APG에셋매니지먼트의 박유경 이사는 “구시대의 전략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며 매우 좌절감을 느낀다”며 “이런 식의 범법행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이것을 카펫 밑에 덮어두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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