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올해 1분기 ‘낙제’에 가까운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와 경쟁으로 노마진에 가까운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영업이익이 주춤한 것. 여기에 ‘통큰치킨’과 ‘국민가격’ 등 각종 미끼 상품을 동원하고도 매출마저 크게 개선되지 못해 초저가 전략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743억 원을 거둬 작년 동기보다 51.6% 감소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4조5854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7% 늘었지만, 순이익은 697억 원으로 44.0% 감소했다. 이는 대형마트 부문과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을 더한 수치다.
오프라인 대형마트로 범위를 좁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 할인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4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5%나 감소했다. 매출은 2조8385억 원으로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4587억 원과 129억 원을 각각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2%, 40.7% 늘었다.
앞서 지난 9일 실적을 공개한 롯데마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5924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3.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6%나 늘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후폭풍에 따른 중국 점포 실적이 반영된 지난해 영업이익 119억 원보다 75억 원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
2월 결산법인으로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홈플러스 역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 대형마트의 충격적인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연초부터 벌인 초저가 전쟁이 지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초저가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전개하자 롯데마트는 ‘품격(품질과 가격)’ 프로젝트와 ‘극한가격’으로 맞불을 놨다. 홈플러스 역시 ‘고기대방출’, ‘쇼핑하라’, ‘가격혁명’등으로 가세했다.
초저가 전략은 출점 절벽과 고객 감소에 따른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형마트가 절치부심하며 꺼낸 카드다. 할인 상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다른 제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확실한 ‘미끼’ 가 될 것이라는 포석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역마진에 따른 영업익 감소와 미끼 상품만 구매하는 스마트 소비자가 늘면서 낚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1분기 실적이 나오자 대형마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예상했던 영업이익 부진에 더해 매출 증가 폭마저 미미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둔화되면서 초저가 전략이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라면서도 “하지만 저가 전략이 있었기에 이정도 수준으로 방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초저가 전략을 계속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려면 저가 상품만큼 효과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이익 개선은 상품 매입 비용을 낮추는 등 원가 절감으로 상쇄할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하반기부터는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초저가 ‘국민가격’ 상품 출시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