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허위 사실을 적시한 현수막이나 피켓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근거 없는 비방 현수막에 시달리는 관공서나 기업 등의 대응력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양모(72)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의 한 택시 회사에서 근무하던 양 씨는 2014년 4월 교통사고 처리 회피 및 지시 불이행을 사유로 해고를 당했다. 이후 양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2016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하지만 양 씨는 2017년 4~11월 구청과 택시회사 앞에서 '택시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부가세 감면분 착복, 부당해고 규탄한다' 등의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검찰은 양 씨의 현수막 및 피켓 문구가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 2심은 "양 씨는 해고된 이후 구제신청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부가세 착복 주장도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편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집회 관련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ㆍ허가 없이 30일간 설치할 수 있다. 크기와 문구에 제한이 없으며 한 달에 한 번 집회 신고를 할 경우 무기한 게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