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SCM생명과학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병건 첨단재생의료 산업협의회 회장(SCM생명과학 대표이사)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략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재생의료란 인간세포와 조직 및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원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것으로, 줄기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재생 등이 포함된다. 특히 자가인체조직을 이용해 면역 거부반응이 없고 치료 효과가 빨라 기존 치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법으로 떠오르면서 재생의료에 대한 국내외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45억 달러(5조 2830억 원)였던 세계 재생의료 시장 규모는 연평균 17.3%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6년에는 308억 6200만 달러(약 36조 원)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기준 세계 각국에서는 총 1028건의 재생의료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재생의학 분야의 기업들은 2017년도 대비 73%급증한 총 133억 달러(약 15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이 세계 재생의료 시장은 덩치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규제, 투자 등 여러 이유로 발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재생의료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줄기세포다. 전 세계에서 시판되는 8개 줄기세포 치료제 가운데 △‘하티셀그램’(파미셀) △‘카티스템’(메디포스트)△‘큐피스템’(안트로젠)△ ‘뉴로나타알주’(코아스템) 4개가 한국산이다. 그러나 아직 단 1건도 미국 시장 진출 사례가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 위상이 높아진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리스크가 적고 조 단위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재생의료 시장의 경우 생소하고 리스크가 크다고 느껴져 베팅이 안되면 세계 시장 선점 기회마저 놓쳐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초기 재생의료 시장의 주도적인 입지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연구, 투자 등 재생의료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국내 재생의료 기업들은 규제에 막혀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기존 제약산업 규제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 회장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선 일본처럼 막혀있는 규제들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의 생존방안으로 2014년 재생의료법을 개정하고 임상1상이 끝나면 조건부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이로 인해 일본 재생의료 시장은 임상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고 주변산업 규모도 동반성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로슈, 노바티스 등과 같은 빅 파마들은 연구·개발(R&D)비용을 연간 10조원 이상 투자하지만 국내는 1000억~15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인력, R&D등 여러모로 경쟁에서 뒤쳐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세계시장 판도를 미리 파악하고 재생의료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과감한 개혁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최근 불거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첨단재생의료법(첨생법) 통과가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더 지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국내도 연구인력, 의료보험, 병원시스템 등을 잘 이용하면 세계 재생의료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산업을 살릴 수 있는 규제들을 풀고 지금보다 공격적인 접근으로 재생의료 시장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첨생법이 새로운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는 난치성 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K바이오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임상 1상 후 조건부 판매가 가능해진 일본은 새로운 치료제를 갈망하는 난치성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며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한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첨생법 통과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쳤다.
이처럼 국내의 어려운 생태계를 풀어가고자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체(CARM)가 지난 2016년 발족됐다. 협의체는 첨단재생의료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계 의견 수렴, 정책 제안, 글로벌 협의체와의 네트워크 및 파트너십을 구축해 국내 재생의료 산업 분야의 국제적 입지 구축을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GC녹십자, 강스템바이오텍,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재생의료 기업뿐만 아니라 제약기업,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벤처투자회사 등 60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협의체의 최대 목표는 당연히 ‘첨생법 통과’다. 이 회장은 “재생의료시장에서 K바이오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올해는 회원사들과 힘을 합쳐 첨생법 통과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는 “다양한 세포치료제학회를 통한 정보교환 및 벤처 펀딩을 위한 VC미팅 등을 마련해 국내 재생의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