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2년 전 현대제철이 한국중부발전과 만든 합작사 ‘현대그린파워’를 그룹에 완전 흡수합병 할 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현재로서는 △현대제철의 현대그린파워 완전 흡수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그린파워 인수 △현 상황 유지 등 3가지 안이 거론된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07년 현대제철과 한국중부발전이 현대그린파워를 설립할 당시, 계약서 상에 “2019년 10월 현대제철 등 현대자동차 그룹이 중부발전 지분을 인수할지 결정한다”라는 옵션 행사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제철소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 발전사업을 하는 회사로 2007년 4월 현대제철과 중부발전이 각각 29%씩 출자해 만들었다. 나머지 지분은 IBK기업은행(신탁업자 형태 18%), 현대해상화재보험(10%) 등이 보유 중이다.
옵션 계약 당시 가장 무게가 실렸던 안은 현대제철의 그린파워 인수였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현 시점에서는 장단점이 있어 그룹 측에서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파워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점이 있는 반면 현대제철은 부담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린파워는 현재 사업 부문이 ‘발전업’으로 분류돼 있어 온실가스 의무 감축률(25%)이 높은 반면, 현대제철로 인수될 경우 ‘제조업’으로 분류돼 감축률이 4분의1 가량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연간 약 400억 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오염저감장비 교체작업을 진행중인 현대제철은 그린파워를 인수할 경우 추가적인 환경 문제를 떠안아야한다.
최근 포스코에너지의 부생발전 사업부문을 포스코가 흡수합병키로 한 배경에는 이 같은 이유도 포함돼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제철의 환경적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제기된 또 다른 안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그린파워 인수다.
그룹 내 환경적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현대엔지니어링은 전세계 20여 개국에 복합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기반 시설물을 제공하고 있어 그린파워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중부발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그린파워는 현재 총 8개의 발전소를 보유, 이 중 1~4호기는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현대그린파워가 ‘폐 가스를 생산해 돈을 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법 개정과 함께 4개의 발전소는 신재생 분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중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무료로 지원 받았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향후에는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된다. 이 금액은 연간 180억~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부발전의 현대그린파워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결정하기 까지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비교분석 해야 한다”면서 “판단 기준은 합병 시너지 효과, 비용절감(탄소배출 등), 그린파워 자체 실적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