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코끼리 사냥을 재개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석유회사 애너다코페트롤리엄 인수전에 가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너다코 인수를 제안한 미국 석유업체 악시덴털페트롤리엄은 이날 인수 자금 일부인 100억 달러(약 11조 원)를 버크셔에서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수중의 풍부한 자금을 활용하고 싶은 버핏과 재무상의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악시덴털의 뜻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버크셔는 악시덴털의 애너다코 인수가 성공한 경우에 재정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악시덴털이 발행하는 배당 수익률 8%인 영구우선주를 버크셔가 인수해 10억 달러를 출자한다. 여기다 악시덴털의 보통주를 주당 62.50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얻는다. 현재 주가는 58달러 수준. 인수 성공에 따라 악시덴털 주가가 오르면 버크셔의 수익 기회도 커진다.
현재 애너다코 인수전은 악시덴털과 셰브론 2파전이다. 셰브론이 5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애너다코와 합의를 했는데, 지난달 24일 악시덴털이 셰브론보다 높은 값을 부르고 나서면서 애너다코 이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만일 여기서 셰브론이 더 비싼 값을 부르게 되면 애너다코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악시덴털은 인수전이 격화할 것에 대비해 버핏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비키 홀럽 악시덴털 최고경영자(CEO)는 30일 성명에서 “버크셔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얻을 수 있게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악시덴털이 인수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높은 차입 비율과 사업 운영 측면의 위험이 있어서 전략적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으나 버핏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신용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온 버핏과 버크셔에게도 이번 악시덴털 투자 건은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버핏은 올해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16년 이후 대형 M&A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서”라고 토로했다. 버크셔는 현재 수중에 약 1000억 달러를 쥐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부정적이었던 자사주 매입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