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사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3년 동안 국고보조율을 50%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민간 재원을 적극 끌어오고 임기 내에 유료개인 회원 10만 명을 모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유 사장이 예술의전당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예술의전당의 공공성과 상징성을 위해서다. 그는 "예술의전당이 고객과 시민 중심의 공공기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재정 확보가 필수"라며 "예술의전당은 대관사업에 치우치지 말고 제작극장으로 가야 한다. 재무구조가 개선됐을 때 국민이 제대로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예술의전당 재정자립도와 국가보조율 현황'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참고자료로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예술의전당의 1년 예산 440억 원 중 국가 보조는 120억 원(25% 수준)에 불과하다. 세종문화회관은 재원의 50% 이상을 서울시로부터 보조받고 있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320억원을 자체 사업으로 조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유 사장 스스로도 기승전'돈'으로 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에 대해 "대기업에 큰 재원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민간 영역에서 십시일반 하는 '크라우 펀딩' 같은 형태로, 신진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재원을 늘리기 위해 연간 10만원씩 납부하는 유료개인 회원을 2022년까지 10만명 모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30~40년 전에는 '예술은 고고하니 천박하게 돈 번 너희들이 당연히 예술을 후원하라'는 게 우리 사회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흔히 주어진 공적예산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온실에서 집행하는 것만 몸에 배었을 것이다. 저는 민간 재원을 확보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극장 운영은 기초예술에 중심을 두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 사장은 "나는 민중예술 출신이고 연극·뮤지컬·영화 등 대중적인 장르를 주로 기획했지만 예쑬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음악당 만큼은 기초예술의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대학로에서 소위 '구멍가게'라 할 소극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예술의전당이라는 덩치가 큰 곳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는 것을 안다"며 "서울시뮤지컬단장 활동을 제외하고 40년간 정부 지원금이나 대기업 스폰을 받지 않고 예술을 제작해 왔다. 40년간 쌓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유 사장은 대학로 소극장 동양예술극장 대표 출신이다. 1980년대부터 연극 기획자로 일한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영화 제작·투자자로 활동하며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 '화려한 휴가' 등을 제작했고, 서울시뮤지컬단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유 사장의 형은 유인태(71) 국회 사무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