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업계 최대 특수기간인 어린이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업계가 조용하다. 뚜렷한 히트 상품이 안 보인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28일 완구업계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날 특수를 둘러싼 기대감은 예년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우 한국완구협회회장은 “5월은 어린이날 특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기준 평달보다 매출이 50% 늘어나는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매장 분위기가 싸하다”며 재고 준비나 마케팅 준비도 많이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올해 완구 시장에서는 뚜렷한 히트상품을 꼽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5~2017년까지는 터닝메카드가, 2017~2018년에는 베이블레이드가 업계를 이끄는 히트상품으로 꼽혔다. 올해도 아직은 베어블레이드의 인기가 높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니라는 평가다. 터닝메카드의 새로운 시리즈 빠샤메카드도 어린이날 특수를 잡기에는 시점이 애매해 보인다. 제품은 지난달 출시됐지만, 초이락컨텐츠팩토리의 빠샤메카드 애니메이션이 아직 5회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은 탓이다. 총 78부작으로 이루어진 빠샤메카드는 지난달 25일부터 MBC에서 방영되고 있다.
전국 43개 토이저러스 매장에서 팔린 3월 인기 상품 순위에 따르면 남아완구 1· 2· 3위는 베어블레이드 버스트, 헬로카봇 극장판 티라이오, 베어블레이드 버스트 커스터마이즈세트가 각각 차지했다. 여아완구 1· 2· 3위는 영실업 시크릿 화장가방, 영실업 LOL 언더랩스4 시즌1, 콩순이 알록달록 아이스크림가게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바비 60주년’도 어린이날 대목을 견인할 흥행 요소로 꼽히진 않는다. 미국 완구업체 마텔이 만든 바비인형은 올해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이에 손오공은 3월 ‘60주년 기념 시그니처 바비’의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바비 팝업스토어 운영을 시작했다. 바비 팝업스토어는 어린이날을 겨냥해 내달 7일까지 운영된다.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바비는 여아 완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완구업계 히트 상품은 남아가 이끈다는 점에서 여아를 겨냥한 바비가 흥행을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대목마다 오프라인 매장에 줄을 세웠던 완구들은 터닝메카드, 베이블레이드 등으로 모두 남아를 겨냥한 완구다. 여기에 우주비행사, 소방관, 대통령, 뉴스 진행자 등 4개 직업을 표현한 바비 인형의 출시일도 내달 초로 잡혀 어린이날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힘을 내기에는 시간 여유가 없다.
국내 완구업계 1위인 손오공을 둘러싼 최근 악재도 어린이날 마케팅이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손오공은 신생 장난감 업체 밸류앤밸류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밸류앤밸류가 연구 개발한 애니메이션 ‘듀얼비스트카’의 완구 유통을 손오공이 방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손오공 측은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달 초에는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최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는 일이 있었다. 고발인은 최 회장이 세웠던 게임회사 초이락게임즈의 전 임직원이다. 이 임직원은 최 전 회장이 가족 행사, 차량 리스 비용 등 업무와 무관한 비용을 계열사 돈으로 지불하고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초이락게임즈는 2013년 폐업했다.
업계를 이끄는 선도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서 마케팅 동력이 주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손오공에게 제기된 의혹에 더해 최 전 회장이 설립한 완구·콘텐츠 기업 초이락콘텐츠팩토리(초이락)도 KBS Kids 채널 설립과 관련해 최근 애니메이션 업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어린이날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