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 중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의 증가 폭은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국내 기업의 R&D 투자비용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2018글로벌 R&D 500대 기업’의 동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기업수로 9위, 금액 기준으로 8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R&D 500에 속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3위), SK하이닉스(68위), LG디스플레이(159위), 현대자동차(172위), LG화학(184위) 등 13개였다.
500대 기업에 가장 많은 회사가 포함된 곳은 미국으로 196개 기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일본(85개) △중국(33개) △독일(24개) △프랑스(22개) △영국(20개) △대만(15개) △아일랜드(14개)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R&D 비용 2배 이상 상승…삼성전자 제외 시 국내 투자는 후퇴=글로벌 R&D 500에 속한 기업들의 R&D 비용은 최근 5년간 5621억 달러에서 7847억 달러로 평균 39.6% 상승했다.
미국 기업들은 2387억 달러에서 3716억 달러로 55.7% 늘었고, 일본 기업들은 848억 달러에서 1030억 달러로 21.4%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234억 달러에서 488억 달러로 R&D 투자액이 2배 이상 급증하며 눈에 띄게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235억 달러에서 262억 달러로 11.5% 증가했다. R&D 증가폭이 중국의 10%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2개 기업의 R&D 비용은 99억 달러에서 94억 달러로 오히려 5.6%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쏠림 현상으로 전체 R&D 투자액 역시 삼성전자가 없을 시 99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500대 기업들의 투자금액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국가 중 8위를 차지하지만, 삼성을 제외하면 아일랜드(8위), 네덜란드(9위), 스웨덴(10위), 대만(11위)에 뒤이어 12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48.6%로, 1위 기업 의존도가 미국과 일본, 중국보다 최대 7배 높았다. 미국(아마존)과 일본(도요타)은 1위 기업 비중이 각 7.0%, 7.5%이고, 중국(화웨이)은 21.1%였다.
보고서는 “이는 다른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1위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R&D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 R&D 투자 업종 쏠림 현상 심각해=한국은 R&D 투자의 업종 쏠림 현상도 심각했다.
글로벌 R&D 500대 기업 소속 국가들이 투자하는 산업은 평균 16개였는데 한국 10개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43개, 일본 33개, 중국 18개 등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이 전통산업부터 신산업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R&D가 실시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게 우리나라는 대부분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포함된 기술하드웨어 및 반도체 투자액이 58.1%를 차지했다.
반면 생명공학 분야는 전체 투자액(346억8000만 달러)의 1.3%, 헬스케어는 0.5%, 의약품은 2.9%로 저조했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혁신기술 보유에 따른 승자독식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R&D가 부진한 모습”이라면서 “주력산업인 제조업 혁신과 함께 신산업 확대를 위한 R&D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