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모두 23일 전날 마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을 추인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이 사실상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최종관문인 본회의 통과까지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초강력 반발로 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이날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추인했다. 만장일치와 속전속결로 진행한 다른 당들과 달리 달리 바른미래당은 4시간 동안 1·2차 표결을 거쳐 1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합의안을 추인했다. 패스트트랙은 25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거쳐 완료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에 장외투쟁, 국회 일정 보이콧 등 ‘목숨 건’ 총력을 다하겠단 입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좌파독재플랜’으로 규정,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주말인 오는 27일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한 장외집회에 이은 두 번째 장외집회를 검토 중이다.
여야 4당과 한국당의 대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4월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25일 정부가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개편안 등 산적한 민생 현안 논의도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입법을 통해 문재인 정부 중반기 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해야 할 민주당으로선 한국당의 반발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설득해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여야가 원만하게 타협해 처리하도록 하고, 그를 위해 민주당이 가장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가 “개혁 의지가 없는 한국당은 장외에 드러눕기를 멈추라”(신동근 민주당 의원), “여당이 어렵사리 연 국회를 팽개치고 밥그릇 싸움만 한다”(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며 ‘네 탓 공방’만 이어가고 있어 고비마다 파열음이 예상된다.
우선 패스트트랙을 첫 공식 출발점인 정개특위에서 원활한 표결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의총에서 “국민이 국회의원을 정당에서 내리꽂는 제도를 지지하겠나, 직접 뽑는 선거제도를 지지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정개특위 간사로서 선거제 개편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도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패스트트랙 처리는 ‘산 넘어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