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마지막 길을 나섰다.
16일 오전 6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양호 회장 유족과 친인척,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열렸다.
운구 행렬은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 회장의 세 손자가 위패와 영정사진을 들고 앞장섰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부부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장례식장 1층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와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조지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추모사를 했다.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35년간 조 회장과 함께 일했으며 현 전 수석은 고인의 오랜 친구다. 조 교수는 고인의 큰아버지인 고 조중렬 전 한일개발 부회장의 아들로, 고인과는 4촌 관계다.
석 대표는 "숱한 위기와 어려움에도 항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로 이끌어 주셨던 회장님의 의연하고 든든한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회장님이 걸어온 위대한 여정과 추구했던 숭고한 뜻을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이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 전 수석은 "세계 방방곡곡에서 태극 마크를 담은 대한항공 비행기를 볼 때 큰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 자랑스러움을 안겨준 조 회장이 그의 평생의 일터인 하늘나라로 떠난다. 당신이 사랑했던 하늘에서 이제 평안히 쉬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45년간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기치로 한진그룹을 발전시킨 순간을 담은 조 회장의 생전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은 조 회장이 생전 선진과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발한 기업 활동, 탁구단·평창동계올림픽 등 스포츠·외교 분야의 활약상, 가족들과 보내는 사진 등이 7분간 상영됐다.
영상 마지막에는 '하늘을 사랑한 사람 하늘로 돌아가다'라는 문구가 보였으며, 이를 본 유족과 임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 행렬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과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등 고인의 자취를 남긴 공간을 돌아봤다.
특히 대한항공 본사에서는 고인이 출퇴근 하던 길, 격납고 등 생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깃들어 있던 곳곳을 돌며 이별을 고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도 본사 앞 도로와 격납고 등에 도열해 45년간 회사를 이끌고 영면에 드는 조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후 장지로 향하는 조 회장의 운구차는 1981년부터 2017년까지 36년간 고인의 차량을 운전했던 이경철 전 차량 감독이 맡았다.
이 전 감독은 2017년 퇴직했다. 다만 평생 조 회장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셨던 것처럼 그의 마지막 길도 본인이 편안히 모시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운전을 맡겼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조 회장은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곳에는 2002년 별세한 고인의 선친인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과 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김정일 여사가 안장돼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8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조원태 사장 등 가족들은 미국 현지에서 조 회장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KE012편으로 12일 새벽 4시 42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조원태 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같은 비행기로 함께 귀국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먼저 한국에 도착했다.
조 사장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며 조 회장의 마지막 유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