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이더래움 재단 수석 연구원은 3일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미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이 사용되고 실질적인 가치가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테린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의 대화-블록체인과 미래경제' 토론회에 참석해 "(현재시점에서의) 블록체인의 활용성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부테린은 가상화폐가 실생활에 도입되는데는 기술적ㆍ사회 제도적 문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특히 기술적인 한계가 대규모 채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은 현재 초당 14~30건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테린은 "지금 처리 속도로는 중견 국가의 블록체인 수요도 감당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더리움 2.0(세레니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분증명(캐스퍼)'와 '샤딩(데이터 분산처리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부테린은 "기술 개선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1차 목표는 초당 1만4000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한계와 함께 사용자들의 인식과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 또한 블록체인 대중화의 걸림돌로 꼽았다. 아직 신생 기술이라 블록체인을 도입한 분야에서 기존 서비스 만큼 편의성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테린은 "현재의 많은 중앙화된 서비스 수준의 편의성이 확보된다면, 블록체인에 불신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이 금융뿐만 아니라 게임, 보안, 신원확인 등 각 분야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테린은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의 블록체인이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전통적 기관의 해킹 사고로 대량의 개인정보 탈취가 우려되는 것과 달리, 블록체인을 적절히 활용하면 탈취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부테린의 생각이다.
부테린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정부나 기업 등 중앙화된 기관이 보증하지 않는다고 해도 각 개개인이 자신의 신분을 증멸할 수 있다"며 "보안성 구축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각각 분리해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부테린은 "가상화폐와 연관성이 다소 낮은 블록체인이 있을 수는 있어도, 퍼블릭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따로 분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의 블록체인 업계에서 80%가 실패한다는 지적에 대해 "다른 일반 기업의 실패확률과 큰 차이는 아니다"며 "신생기업이라 더 그런 측면도 있지만, 최근 탄탄한 기술의 프로젝트도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민병두 의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재단법인 여시재가 주최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플러그(CPDAX)가 후원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묻지마 투자때문에 블록체인 버블(거품)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유스케이스(사용처)가 나와야 한다"며 "곧 실질적으로 생활에 쓰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축사에서 "국회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앞으로 노동이 사라지는 시대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다"며 "게임머니로 저녁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