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박막례 할머니도 편하게 살 수 있게

입력 2019-04-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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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지난 주말 햄버거를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길게 줄지어 있는 키오스크(주문 자동화기기)가 눈에 들어왔다.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별거 있겠나 싶어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원하는 단품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것저것 눌러 보고 몇 번의 초기화를 겪은 후에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스마트뱅킹을 이용하고 모바일 할인앱을 사용하고 있는 40대인 나에게도 키오스크는 낯설었다.

올해 초 유튜브에서 봤던 ‘박막례 할머니’ 계정의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영상이 떠올랐다. 비속어가 섞인 거침없는 입담과 구수한 사투리가 매력적인 박막례(72) 할머니는 인생 후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상 속 박 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려고 하지만, 작은 글씨는 잘 안 보이고 감자튀김은 ‘후렌치 후라이’라고 적혀 있어 어려워했다. 고민하다 보면 시간이 초과돼 주문에 연이어 실패했다. 겨우 주문에 성공했지만, 받아온 햄버거는 그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영상에서 박 씨는 “(나는) 먹고 싶어도 못 먹어”라고 말한다.

내 어머니라고 다를까. 어머니는 종종 나에게 공연 티켓이나 기차표 예매를 부탁한다.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회원가입을 하고(영문+숫자+특수문자의 아이디를 만드는 것도 난관이다) 예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노년층의 스마트 기기 이용률은 높아졌지만 키오스크, 티켓예매, 할인쿠폰 사용 등 실생활에 밀접한 디지털 활용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정보기기에 능숙하지 않은 중장년과 고령 인구는 생활 전반의 디지털화·무인화 확산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과 금융도 마찬가지다. 기차표 역 현장 예매비율은 7%에 불과하고, 93%가 온라인이다. 은행은 우대 혜택을 온라인 상품에 몰아주고 있다. 빵집, 카페, 서점, 주유소 등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한 할인·적립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연장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의 14% 이상이 고령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노인인구는 늘고 있는데 고령자의 디지털 정보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면서 세대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과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디지털에이징(Digital Ageing·정보통신기술을 잘 쓰며 나이가 드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에이징은 IT교육과 재취업, 온라인 쇼핑몰 등 창업 지원, IT보조기기 활성화, 원격진료 등 노인층이 일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한다. 정부는 국민의 서비스 접근성과 삶의 질 보장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가이드 마련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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