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에서 ‘한정’의견을 받은 것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28일 밝혔다.
이로써 박 회장은 196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53년 만에 그룹을 떠나게 됐다. 그는 1979년 금호실업 대표, 199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거쳐 2002년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룹 수장으로선 18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금호고속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경영 공백’을 없앨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른 시일 안에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방침이다.
한편 박 회장은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회사 측은 면담의 배경에 대해 “박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회장을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한정’을 받은 후 회사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또 이로 인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조2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조기 상환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감사 의견이 ‘적정’으로 바뀌면서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고 매매도 즉시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