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결정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27일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박 회장까지 퇴진하면서 양대 국적항공사가 경영 난기류에 휩싸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뭉쳐 ‘경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퇴임이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임원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관련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단을 내리면서 이원태 부회장 경영체제를 임시로 유지하며 이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한창수 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29일 주주총회에서 안병석 경영관리본부장(전무)과 함께 사내이사 선임이 예정돼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한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총회가 끝나고 새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결정된다”며 “단독 대표 체제가 될지, 2인 대표 체제가 될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29일 주주총회에 박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 금호산업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호산업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가운데에 위치한 회사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박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철회하고 주주총회 당일 주총장에서 주주들에게 상정 철회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퇴임이 그룹 전반적인 ‘인사(人事)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회장의 퇴진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구조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채권단이 인사와 관련해 기존 주요임원 퇴진을 놓고 추가적인 압박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총수 퇴임 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졌던 재계의 ‘전례’ 또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인사를 전했다.
박 회장은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퇴진이 임직원 여러분에게는 저의 책무를 다 하지 못한 것이라는 모순에서 많은 고심을 했다”며 “그룹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