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수장 자리가 공식적으로 바뀐 26일, 위성호 전 행장이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라는 글을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에게 보내며 이임의 소회를 밝혔다.
이날 위 전 행장은 “격식 차린 조회 분위기 속에서 이임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예전부터 제 생각이었다”며 4장에 담긴 소박한 글로 35년 은행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위 전 행장은 “은행장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피땀 어린 열정, 주주와 고객들의 믿음 덕분이라는 것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은행장 재임 시절 마무리 짓지 못한 과업과 관련해 당부의 말도 담았다. 먼저 그는 ‘관점을 재정의하라’고 주문했다. 위 전 행장은 “초격차 리딩뱅크는 단순히 당기순이익 1위 은행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은행”이라며 “짧은 호흡으로 당장의 1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의 디지털화’도 강조했다. 위 전 행장은 “2년전 행장이 되고 디지털그룹을 별도의 사무공간으로 만들고 소신을 갖고 밀어붙였다”며 “앞으로 여러 뱅킹 서비스 플랫폼에 신한이 많이 장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생 선배로서 ‘후배 사랑’을 담아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가지라’는 말도 전했다. 위 전 행장은 “‘은행장은 바뀌어도 되지만 저 사람은 신한에 없으면 안돼’하는 직원이 돼라”며 “은행장보다 연봉이 더 높은 직원이 돼라”고 애정어린 충고를 덧붙였다.
위 전 행장은 리딩뱅크 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소확행’을 즐기겠다고 했다. 그는 트레킹하며 직장생활 돌아보기, 요리를 배워 가족들에게 음식 만들어 주기, 애완견을 길러 내 편 하나 만들기, TV 보면서 실없이 웃고 울기 등을 해나가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전히 ‘신한 가족’으로서 묵묵히 역할을 해나갈 것임을 덧붙였다. 위 전 행장은 “앞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면 포털에서 신한은행을 검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줬던 헌신과 사랑은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은행장에게 아낌없이 주시라”며 남은 경영진에 대한 성원을 부탁하는 말로 이임의 편지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