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세포라는 한국법인의 인사 담당자 모집공고를 낸 데 이어 올해 4분기 국내에서 매장 오픈을 예고했다. 국내 H&B(헬스앤뷰티)숍 시장규모가 2010년 2000억 원대에서 2017년 1조 7000억 원대로 7년 사이 8.5배가량 성장한 가운데 CJ의 올리브영을 필두로 두터운 고객층을 보유한 편집숍이 하나둘 자리잡았다.
1970년 프랑스에서 문을 연 세포라는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보유한 세계 1위 업체다. 현재 33개국에 23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30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 판권을 확보했고, 500여 종의 자체상표(PB)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에 따라 급성장해온 국내 H&B숍 시장에서 세포라가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지 업계로서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H&B숍의 경쟁력은 상품 구성력에서 나온다. 브랜드를 단독으로 론칭하고, 자체상표 상품을 생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 업계는 세포라의 강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브랜드 판권’만으로 시장을 흔들만한 경쟁력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H&B숍의 한 관계자는 “세포라가 자체상표 브랜드나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글로벌 브랜드의 판권을 얼마나 들여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해외 직구가 활성화된 만큼 세포라에 입점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갖는 경쟁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뷰티 브랜드 편집숍이라는 세포라의 성격은 신세계가 이미 도입한 ‘시코르’와 비슷하다”며 “시코르는 21호점까지 열며 자리잡은 상황에서 세포라가 차별화에 성공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2016년 론칭한 시코르는 가성비 높은 화장품 위주로 취급하는 여타 편집숍과 달리 나스, 맥, 바비브라운, 슈에무라 등 프리미엄 제품 총 250여 개의 뷰티 브랜드를 판매한다. 시코르는 최근 가로수길에 21호점을 열었으며 올해 40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세포라가 외국계 브랜드인 만큼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구성에 뒤쳐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숍은 시장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 상품을 바로바로 내놓아야 경쟁력이 확보되는데 한국에 진출했던 홍콩계 H&B숍인 ‘왓슨스’의 경우 국내 업체와 달리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다 보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라며 “세포라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2005년 10월 홍콩의 AS왓슨과의 합작법인인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H&B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7년 왓슨스코리아 지분을 전부 인수해 100% 지분을 갖게 됐고, 사명을 랄라블라로 바꾸며 단독 경영에 나섰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왓슨스 때와 달리 GS리테일이 단독 경영하면서 의사결정이 빨라졌고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게 됐다”며 “뷰티 트렌드에 맞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입소문 탄 이슈 상품을 구성하다 보니 중소기업 제품 취급 비중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