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인들이 수천만 달러의 뇌물을 주고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나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뇌물 액수만 약 2500만 달러(약 282억 원)에 현재까지 연루된 인원만 50명에 이르는 등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입시비리 스캔들이 벌어졌다고 외신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판 ‘스카이캐슬’인 셈이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 앤드루 렐링 검사와 연방수사국(FBI) 조지프 보나보론타 보스턴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작전명 ‘바서티 블루스 오퍼레이션’으로 명명된 이번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다. 작전명은 대학운동선수를 지칭한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TV 스타, 할리우드 배우, 기업 CEO 등은 지난 8년간 입시 브로커, 대학 코치, 대입시험 관리자에게 뇌물을 주고 자녀들을 명문대에 부정입학시켰다. 특히 대학에 학생을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스포츠 코치들에 뇌물을 건네는 수법을 썼다.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대학 스포츠 코치들은 해당 학생이 스포츠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추천했다. 입학시험 관계자들 역시 뇌물을 받고 시험 점수를 조작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스탠포드대, 예일대, UCLA,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텍사스대, 웨이크포레스트대 등 미국의 8개 명문대가 포함됐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또 학부모 33명, 대학코치 9명, 입시브로커 등 50명이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학부모와 입시 브로커를 포함해 모두 13명이 체포된 상태다. 사기 공모,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징역 20년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해당 학부모 중에는 199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 레베카 역을 맡은 로리 로플린, ABC 방송 인기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TV 스타 펠리시티 허프먼, 법률회사 윌키 파 앤 갤러거의 공동대표 고든 캐플런 변호사, 사모펀드 TPG의 최고경영자 윌리엄 맥글라샨, LA 소재 부티크 마케팅업체 대표 제인 버킹엄, 뉴욕 소재 포장업체 대표 그레고리 애벗 등 기업체 CEO들도 다수 포함됐다.
로플린은 두 딸을 USC 조정팀에 넣어주는 대가로 입시 브로커에게 찬조금으로 가장한 사례금 5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입학한 학생들의 전공 종목은 축구, 요트, 테니스, 수구, 배구, 조정 등으로 다양하다.
예일대학 여자축구팀 코치 루돌프 메러디스, 스탠퍼드대학 전 요트팀 코치 존 벤더모어 등이 브로커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시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입시 컨설팅업체 에지 칼리지 앤 커리어 네트워크 대표인 윌리엄 싱어가 학부모와 대학 코치 등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들은 에지가 설립한 자선재단인 키월드와이드재단에 기부금으로 가장한 뇌물을 건넸다.
싱어는 SAT·ACT 등 대학 입학시험 관리자들과 짜고 대리시험을 보게 하거나 성적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유명인사 자녀들의 부정 입학을 도왔다.
이번 대형 입시 비리 사건으로 미국의 대학입시 방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대학은 표준 시험 점수, 고등학교 성적, 에세이, 면접이나 추천서 등을 평가해 입학 허가를 결정한다. 이 중 ‘표준 시험’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점수가 다른데 명문대일수록 요구하는 점수는 높다. 뇌물을 주고 이 시험 점수를 고치거나 수험생에게 시험 답안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이 발각된 대학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했다. 스탠포드대는 “체포된 감독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학생을 대학에 추천했다. 이는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어긋난다. 이 감독 외에 다른 사람의 관여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 추가적인 조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일대도 “우리 대학은 수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향후 수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