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럽 현지에서 "한국 재벌기업들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고 있다"는 단정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에서 '대기업집단과 경쟁정책'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밀로예 오브라도비치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 위원장 및 직원들과 발칸지역 학계·법조계 경쟁법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기조강연에서 "과거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한국 재벌기업들의 부정적인 측면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30대 재벌집단의 자산총액이 한국 전체의 국내총생산(GDP)보다 커질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는 한국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고용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단순히 경제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재벌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총수일가가 평균 5% 내외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한국 재벌그룹의 소유지배구조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일가가 주주전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사익추구행위를 하고, 그 결과 한국경제의 역동성과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재벌기업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재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한국 재벌기업 전체가 나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옳은 건지 의문"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현지인들에게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정부 공직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김 위원장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여러번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9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을 두고 "이 전 의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책임자(CEO)처럼 우리 사회에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평가한 뒤 "지금처럼 가다간 네이버가 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을 둘러싼 설화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이재웅 씨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겠다"고 사과했다.
같은 해 11월 초에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예정보다 늦게 참석한 김 위원장이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말하면서 야당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취임 후 한 달 뒤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게 아닌가"라고 한 발언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