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현대자동차가 엘리엇의 공격에 맞서 외국인 주주 결집에 나서고 있다.
엘리엇이 특수관계인의 우호지분 등을 확보하며 ‘차도살인(빌린 칼로 공격)’을 시도하자 현대차가 ‘원교근공’(먼 나라와 연합해 눈앞의 적을 공격)에 나서는 형국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부터 해외에서 소규모 투자그룹 및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매도 및 매수’를 전제하지 않는 기업설명회 ‘NDR(No Deal Roadshow)’을 개최한다.
오는 8일(현지시간)까지 유럽과 미국은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도 같은 설명회를 연다.
현대차는 이번 해외 NDR을 통해 지난해 △경영실적 △주요 경영현안, 최근 발표한 △R&D 및 미래차 관련 기술 투자 계획 등을 설명한다.
앞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주 및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어 중장기 경영전략 및 중점 재무 전략 등을 공개한 바 있다.
2022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대비 이익률(ROE) 9% 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 그만큼 지배구조 개편안을 앞두고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이번 NDR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될 당시 외국계 투자자와 주요 의안자문기관들이 잇따라 등을 돌렸던 만큼, 올해 재추진 과정에서는 이들과 연합에 엘리엇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복안이다.
이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현대차의 경영권을 노리는 엘리엇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주요 펀드의 지분을 무기로 내세웠다.
엘리엇이 쥔 현대차 지분은 0.2%에 불과하지만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특수관계인 ‘포터 캐피털’ 측의 지분은 이보다 10배가 훌쩍 넘는 2.7%에 달한다.
이에 맞선 현대차는 해외 기관투자자의 세력을 결집함으로써 엘리엇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의 차도살인(借刀殺人)에 현대차가 원교근공(遠交近攻)으로 맞서는 형국”으로 풀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 무산 이후 현대차의 여러 시나리오를 앞세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3개월새 26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과 대규모 중장기 투자계획 수립 등 충분한 준비를 마친 만큼 이번에는 (엘리엇에)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