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35만7800명)보다 3만900명(8.6%) 떨어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월간, 분기별 통계에서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연간 통계로 0명대가 집계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통계 결과 인구절벽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이 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법한 유아용품 업계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내 유아용품 브랜드 리안(Ryan)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생아용 아기침대 ‘드림콧((Dream cot)’이 출시 2개월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안의 ‘드림콧’은 출시 직후 1차, 2차 판매 수량이 동난 데 이어 지난달 킨텍스와 코엑스에서 각각 열린 대형 베이비페어 현장에서 부모들의 예약 구매가 이어져 4월부터 진행되는 예약 판매 물량 중 30%의 판매가 완료됐다. 리안 관계자는 “종전에는 유모차만 판매했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아기띠를 새롭게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침대를 출시했다”며 “저출산으로 유모차만 팔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상품군을 늘렸는데 판매율이 좋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유아용품 브랜드 ‘뉴나(NUNA)’의 카시트 신제품 ‘에이스 New’도 출시 한 달 만에 완판됐다. 뉴나 측은 “지난달 베이비페어에서 해당 제품은 조기 매진을 기록했고, 13일 2차 판매를 앞두고 예정된 출시 물량의 50%가 이미 예약됐다”고 밝혔다.
유아동을 겨냥한 시장이 활기를 띠는 덕에 이 시장에 뛰어드는 유통업체도 늘고 있다. 최근 호텔가는 영유아를 위한 호캉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반얀트리 클럽 앤 서울 스파는 객실 내 릴랙세이션 풀에서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12개월 미만의 아기 고객을 위한 ‘디어 베이비 패키지’를 연말까지 선보인다.
유아동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유통기업도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대구 상인점, 부산 광복점에 유아동 놀이 발달 브랜드 ‘분홍 무지개 슬라임 카페’를 열었다. 11월에는 롯데백화점 구리점에 아동 용품·서적 편집매장 ‘리틀 엘 라이브러리 2호점’과 ‘슬라임’ 체험 특화매장 ‘도너랜드’를 론칭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17년 부산 본점에 최초로 선보인 ‘리틀 엘라이브러리 1호점’의 경우 개점 후 1년 동안 3만 명 이상이 방문했고, 부산 본점의 아동·유아 매장을 찾은 신규 고객은 35% 증가했다”며 백화점에 유아동 공간을 늘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왕자나 공주처럼 자녀를 귀하게 키우는 ‘골드 키즈’가 늘고, 1~2명의 자녀에게 조부모를 비롯한 일가친척이 소비를 집중하는 '에잇포켓' 현상이 확산되면서 저출산 현상에도 유아동 시장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