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CNBC에 따르면 앞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콜롬비아 쿠쿠타 창고에서 보관하던 구호품을 23일 베네수엘라 접경지역으로 보낼 계획을 밝혔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경 지대에 군을 배치하고 국경을 폐쇄, 해외 원조 물자를 실은 트럭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고 국경을 넘으려던 원조 물자를 실은 트럭을 불태웠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 최소 5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번 물자는 미국이 마련한 것으로, 과이도 의장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배포될 예정이었다. 이에 마두로는 “미국은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침공을 하려 한다”며 국경 봉쇄와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이번 충돌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떠받쳐온 군이 마두로에 대한 조직적인 지지를 바꾸지 않은 사실이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붕괴하면 시민의 시위를 탄압한 군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군이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군의 지지를 확인한 마두로는 서방 세계와의 대결에서 애국심을 자국해 구심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3일 갑작스럽게 콜롬비아와의 단교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두로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더 이상 콜롬비아의 침공을 참을 수 없다”며 콜롬비아 이반 두케 대통령이 과이도와 공모해 군사 침공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 언론은 “원조 물자를 실은 트럭을 불태운 건 야당 지지자들”이라고 보도하며 정권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데 대한 연막을 쳤다.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 주재 외국 대사들의 24시간 내 추방도 명령했다.
야당 진영에 있어서 이번 원조 물자 반입 실패는 큰 실책이었다. 23일은 과이도가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지 1개월째되는 날로, 마두로 정권의 무력화를 베네수엘라 국내외에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과이도는 25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를 방문해 서방 국가들이 베네수엘라 정세를 논의하는 ‘리마그룹’ 긴급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통해 향후 대응을 논의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선택은 열려있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을 암시했으나 주변국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미 마두로 정권의 외화 확보 수단인 석유 산업을 표적으로 한 경제 제재를 단행해 정권 타도를 위한 카드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