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플랜트본부가 광화문을 나와 인천 송도서 새 둥지를 틀 예정이다. 부진에 빠진 플랜트본부를 구조조정하면서 생기는 변화다. 플랜트부문 비상경영체제 선언한 대림산업은 해당 부문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아 일부를 수리한데 이어 사옥까지 옮기는 강수를 뒀다.
19일 대림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대림산업 사내전산망에는 플랜트본부가 기존에 쓰던 광화문 D타워를 나와 송도 인터내서녈 비즈니스스퀘어(IBS)타워로 옮기기로 했다는 내용의 업무 공지가 올라왔다.
실제 대림산업은 IBS타워를 관리 중인 대우건설과 사옥 이전 관련 실무진 협의를 마친 상태다. IBS타워는 인천시 연수구 센트럴로에 소재한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으로 2011년 8월 대우건설이 준공했다.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로 연면적은 12만3203㎡다.
업무 공지에 따르면 플랜트본부는 내달 첫째 주부터 4월 셋째 주까지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그 이후부터 6월 셋째 주까지는 부대시설 및 전기·통신 등 조성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팀별 순차적 이동은 5월 마지막 주부터 6월 넷째 주까지로 예정됐다.
대림산업은 이주에 원활한 사옥 이전을 위해 팀별 TF 코디네이터(Coordinator)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 중심으로 사옥 이전에 따른 제반사항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플랜트본부의 사옥 이전은 이해욱 회장 취임 이후 처음 표출된 구조조정 작업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임헌재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임직원에게 보내는 비상경영선언문을 통해 “(플랜트본부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1조 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기록해 회사와 그룹에 큰 부담이 돼 왔다”며 “앞으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될 때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플랜트본부는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근무지를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종 이전지는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에 속하는 인천 송도로 진행됐다.
실제 비용 절감 차원서 송도 IBS타워는 광화문 D타워에 비해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서울 중앙도심(종로·광화문·시청 등) 프라임급 오피스의 1㎡당 월평균 임대료는 3만1100원이다. 같은 시점 송도(8100원)의 4배 수준인 가격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송도 오피스 시장이 비교적 잠잠한 상황에서 올해 1분기 광화문 D타워의 1㎡당 월평균 임대료는 4만1000원 수준에 달해 비용 절감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이번 사옥 이전이 ‘임대료’뿐만 아니라 ‘인건비’ 절감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림산업 플랜트본부 사옥 후보지가 처음에는 전남 여수, 이어서 대전으로 언급됐다가 결국 송도로 정해졌다”며 “서울 기반으로 삶을 꾸려온 직원들 입장서 이직이나 퇴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송도는 해외 현장이 많은 플랜트사업부 입장서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며 “실제 포스코건설도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플랜트본부 정규직 직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462명으로 전체 정규직 근로자(4372명)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플랜트본부 임원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이 중 30%가 수리되고 나머지는 재선임됐다. 또한 임직원들은 3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승진도 경영정상화 시까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