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은 나이스한 서비스이고, 택시는 올드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마카롱택시’가 브랜드로서 카풀과 택시의 중간 영역으로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주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17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45)는 부드러운 화법을 구사했지만, 그 내용만은 단단했다. 이 대표의 단단한 확신은 이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마카롱택시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왔다. 그는 “‘택시 탈래? 마카롱택시 탈래?’ 이렇게 누구나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카롱택시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불친절한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은 20~30대 여성들에게 호소하는 의미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디저트를 내세워 택시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겠다는 의도다.
마카롱택시는 이달 8대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식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은 내달 출시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직영 택시 기준으로 1000대를 운영하고, 가맹 택시를 2만 대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카롱택시는 사납금이 없다. 택시기사의 급여를 월급제로 운영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차량 내부에는 전용 디퓨저가 있고, 휴대전화 충전 장치, 무료 와이파이 등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마카롱택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형 마스(MaaSㆍMobility as a Service)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서비스의 의미가 강조된 마스는 이동 수단에 이동 목적을 더한 것이다. 내달 출시될 마카롱 앱을 예로 들면 이용자가 이동의 목적을 고르게 돼 있다. 만약 아이의 등교가 목적이라면 기사에게 김밥을 사와 달라고 한 뒤 김밥을 먹이면서 등교시킬 수 있다.
서비스 고급화를 위해 마카롱택시는 기사 교육에 중점을 뒀다. 마카롱택시는 기사를 ‘쇼퍼( Chauffeur)’라고 칭한다. 최고급 승용차에 귀빈들을 태우고 운전하며 경호, 통역, 의전 등 일반 운전기사가 해내지 못하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 운전기사를 뜻하는 단어다. 영국 왕실의 마부를 쇼퍼라고 칭한 데서 비롯했다. 이들은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서류, 면접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최종 면접에 합격한 뒤에도 5일 동안 40시간의 교육을 받게 돼 있다. 깐깐한 전형이지만 안정된 최소 3300만 원의 안정된 임금이 입소문 나면서 1기 쇼퍼 경쟁률은 10대 1에 달했다. 2기 쇼퍼 모집은 이달 말 공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카풀 서비스나 카카오택시 같은 택시 호출 앱은 이미 있지만, 마스의 개념을 가진 앱은 이제까지 없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은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것이고, 마카롱택시가 새 수요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택시를 둘러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자유로운 요금제, 차종 선택, 차 내외부 튜닝 등은 현재 택시가 할 수 없다. 광고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택시를 탄다는 것은 이동 시간과 공간을 쓴다는 의미”라며 “택시 공간에서 상품을 체험하게 한다든지 광고 브로슈어를 줄 수도 있는데 현재 서울시에서는 택시 내외부에 규제를 걸어 뒀다”고 말했다.
카풀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규제를 더 받는 것은 택시 쪽이라고 이 대표는 역설했다. 차고지 규제가 대표적이다. 카풀은 차고지에 들어갈 필요가 없지만, 택시는 의무적으로 차고지에 들어와야 해 비용이 발생한다. 차고지를 운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비용은 택시 요금으로 직결된다. 즉 규제를 풀면 택시 요금도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현재 일어나는 승차 거부의 대부분은 차고지 교대 때문”이라며 “차고지를 없애고 홍채나 지문 인식 등으로 관리하면 되는데 규제가 기술을 못 따라오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택시와 카풀을 나누어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충분히 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우버가 탄생한 미국은 땅이 넓고 택시가 잘 안 잡히고 대중교통이 안 좋은 나라인데 우리나라는 반대”라며 “한국은 땅이 좁고,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카풀을 원하는 것을 보면 이동에 대한 니즈가 큰 것이지 카풀 자체에 관한 필요성이 높다는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택시가 더 친근하게 다가가면 카풀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비맥주에 입사한 뒤 2005년 서울시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개발한 한국스마트카드로 이직했다. 한국스마트카드에서 14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작년 7월 KST모빌리티 대표가 됐다. 그는 “일하는 것이 즐겁지만 서울시와 규제 문제를 풀어 가고, 투자 유치를 하는 부분에서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가 굳건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투자받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가 대기업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규제 문제도 있지만, 한국형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정의가 없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흔히 스마트 모빌리티 하면 카카오택시를 떠올리지만, 호출 기능을 더한 것 이상은 아니다”라며 “마카롱택시는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이동성이 무엇인지를 제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