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설 연휴 기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로 건너가 아부다비 왕세제(왕위 계승자)와 신사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50주년을 맞는 올해 이 부회장의 미래 신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1일 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5세대 이동통신) 및 정보기술(IT)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한국과 UAE 기업 간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UAE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7개 부족 연맹체로 구성된 나라다. 수도인 아부다비 왕이 대통령을 맡고 있다. 아부다비 출신인 모하메드 왕세제는 향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1979년 영국육군사관학교(RMAS)를 졸업하고 귀국 후 UAE 군대를 현대적으로 개혁했으며 2010년 한국전력이 400억 달러에 달하는 UAE 원전사업을 수주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UAE를 비롯한 중동 사업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흥 시장인 중동은 북미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 비해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역에 삼성전자가 5G를 비롯한 대규모 통신 인프라를 공급한다면 매출 및 네트워크 장비 점유율 확대를 끌어 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수요의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AI), 5G 등 미래기술을 활용해 중동 지역 국가 경제 개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달 3일 수원 사업장 5G 라인 가동식에 참가해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해 첫 경영 행보에 돌입했다. 다음날에는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용인 기흥사업장을 방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진들과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설 연휴 기간인 지난 4일엔 중국 시안으로 향해 현지 반도체 공장을 방문, 2기 생산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중국 반도체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이후 유럽으로 이동한 뒤 다시 아부다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2월 경영에 복귀한 이 부회장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였다. 올해는 신성장 사업과 기존 사업(반도체·모바일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꺾인 가운데, 비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도체 부문 키우기에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의 정체를 퇴보로 받아들이는 삼성의 경영 시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