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공장’을 둘러싼 이미지는 일부분 부정적이다. 사람 냄새는 사라지고, 모든 것이 자동화된 그림을 떠올리기 쉬운 탓이다. 그러나 이는 막연한 상상에서 비롯한 오해다. 스마트공장에는 단순 자동화를 뛰어넘는 혁신이 있다. 그 혁신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주관 대표 스마트공장으로 선정된 신성이엔지 용인 공장을 찾았다.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내려 차로 50분을 더 들어간 신성이엔지의 용인 공장은 2016년부터 가동됐다. 사업장에서는 여느 공장에서 느낄 법한 기계의 위압감이 없었다. 칙칙한 회색빛이 감돌지도 않았다.
친환경 공장답게 전기 자전거와 전기차 충전소도 설치돼 있다. 전기자전거를 타며 지나가는 직원을 보고 한 관계자는 “편의점같이 가까운 데를 갈 때도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성이엔지는 1977년 설립됐다. 처음에는 냉동공조 사업으로 출발해 그 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할 때 필요한 청정 공간인 ‘클린룸’을 만드는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2007년부터 태양광사업을 시작했다. 용인공장은 클린룸 사업을 위한 곳으로 이곳에서 팬필터유닛(FFU·산업용 환풍기)이 생산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 전자 같은 대기업이 주요 거래처다.
작년에만 2000여 명이 견학을 다녀간 용인 공장은 스마트 공장의 교과서로 불린다. 우리나라 제1호 대표 스마트 공장은 동양피스톤의 안산공장이다. 신성이엔지의 용인 공장은 그 뒤를 이어 2017년 정부 인증 스마트팩토리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작업자가 입는 작업복도 ICT와 연결돼 작업자가 느끼는 피로도, 쓰고 있는 근력 등이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올 때 작업반장에게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다.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산업재해의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신성이엔지는 작년 12월 ‘제26회 안전경영대상’에서 제조업 중소기업 대상을 차지했다.
스마트 공장의 성과는 수치가 증명한다. 일단 생산 물량이 증가했다. 2016년 이전에는 FFU 생산 물량이 5만~6만 대였다. 2016년 들어서는 17만 대로 급증했고, 2017년에는 19만 대를 생산했다. 오동훈 신성이엔지 전무는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 공장이 돈이 되냐고 묻는데, 돈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공정 불량률은 2016년 대비 96% 감소했다. 한 사람당 한 시간 동안의 생산량을 뜻하는 인시 생산 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0.65, 0.73, 0.94, 1.34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1.60이다.
매출 증가, 생산력 확대는 채용 확대로 이어진다. 단순 업무를 하던 종업원들이 로봇을 조작할 수 있게 되고, 3D 프린터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인력이 늘어나는 구조다. 오 전무는 “2016년 용인 사업장을 열 때만 해도 저를 포함해 종업원이 33명이었다”며 “지금은 50명으로 17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장 내에 4개 팀이 있는데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설비 프로그램을 다루는 사람, 모니터링하는 사람 등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 전무는 “스마트 공장이라고 하면 기계들만 돌아가는 무미건조한 공장이라는 오해를 한다”며 “그러나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공간이 스마트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년 뒤에는 스마트공장 보급의 선두기업인 지멘스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공장을 보고 엄지를 치켜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