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삼성전자를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경제 분야 상임위 간사단이 방문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IT(정보기술) 시황이 생각보다 골이 깊고 위기가 있지만, 우리는 그 이유와 해결방안을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지만 경쟁할 수 있는 강자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부회장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권 원내대변인은 "(2일 청와대 주최로 열린) 신년회 때 이 부회장이 초청해 (홍 원내대표가) 답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 사업전략의 새로운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는 항상 있지만 그 이유를 밖에서 찾기보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은 부쩍 반도체사업에 힘을 싣는 발언과 행보를 잇달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반도체사업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4일에는 용인시의 기흥사업장을 찾아가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과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다음 달 초에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육성'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사업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약 95%를 장악할 만큼 압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 시장의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이 '삼성전자가 향후 비메모리 사업을 집중 육성해 삼성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