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세계적인 저금리 환경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빌린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신용등급은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정부 등의 상환 능력을 보여준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져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 세계 기업 중 신용등급이 상향된 기업은 92곳으로 3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그쳤고, 강등된 기업은 166곳에 달했다.
등급별로 보면 신용도가 낮은 ‘투기등급(BB 이하)’보다 한 단계 낮게 강등된 기업이 123곳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고,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기업도 7곳이나 됐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비핵심 부문의 기업 인수·합병(M&A) 및 자사주 매입에 썼다가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됐다. 사무용 기기업체 제록스도 같은 이유로 신용등급이 ‘BB+’로 떨어졌다.
신문은 온라인 쇼핑몰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대두로 인한 산업 구조의 판도 변화도 선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가정잡화 대기업 베드배스앤비욘드는 ‘BB+’로 강등됐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백화점 체인 시어스홀딩스의 회사채는 ‘디폴트’로 됐다. S&P 채권 리서치 부문의 다이앤 바자 글로벌 책임자는 “외식과 소매 분야에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아직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이탈리아 온라인 게임 업체 게임넷그룹의 신용등급은 상승했다.
신문은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국 경제 악화와 통화 가치 하락 등의 부담으로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며 인도의 타타자동차와 한국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디폴트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신용포트폴리오매니저협회(IACPM)가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전 세계 20개국 운용담당자의 73%가 “향후 1년 안에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에서 산출하는 ‘디폴트 지수’는 마이너스(-)71로 2009년 이래 최악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1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지난 3년 간 채무 이자 지급을 이익으로 충당하지 못한 기업이 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앞으로 실제 디폴트가 증가할지 여부는 금융정책 동향이 크게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