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태원 회장은 혁신 성장을 위한 방법론으로 “실패에 대한 용납”을 강조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첫 시도인 셈이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라는 데, 이것을 사회가 용납 못 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SK하이닉스 사내벤처 참여 직원들은 기간 내 사업화에 실패하거나, 창업 후 실패해도 재입사를 보장받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의도다.
이번에 선발된 사내벤처 주인공들은 기존 조직에서 나와 별도 전담 조직에서 최대 2년 동안 벤처 창업 전문가들의 컨설팅 등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후 창업 혹은 SK하이닉스 사내 사업화를 선택하게 된다.
전담 조직에서는 근무시간 자율제와 절대평가 기준 인사평가로 창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만약 최종 사업화 과정에서 창업이 아닌 사내 사업화를 선택할 경우,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 일부를 해당 임직원에게도 일정 부분 나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하이개라지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라며 “매년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이번 사내벤처 운용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정부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해부터 사내벤처 지원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도 사내벤처 육성에 힘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사내 C랩 프로젝트(C랩 인사이드)를 포함, 500개의 프로젝트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 지난 6년간 C랩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개방해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내벤처는 모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모기업은 사내벤처를 통해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GE, 인텔, 3M과 같은 미국 대기업도 사내벤처를 활발히 형성해왔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를 개발한 나이언틱은 구글 사내벤처로 시작한 회사다. 국내 대표 기업 네이버 역시 삼성SDS 사내벤처에서 출발했다.
물론 대기업 사내벤처라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모기업 지원을 통해 성장한 사내벤처기업이 분사해 모기업과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