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산유량은 하루 평균 1090만 배럴로 전년보다 약 20%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산유량은 2017년 세계 3위였지만 지난해 9월 2위 사우디아라비아와 1위 러시아를 제치면서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다. 기술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져도 셰일유 생산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 산유량 증가의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생산 증가에 힘입어 해외 의존도도 크게 낮아졌다. 수입에서 수출을 뺀 순수입이 미국 내 원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수요가 현저하게 확대된 1990년대 중반 이후 40~50%를 유지했는데 2010년대 들어서 그 구도도 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중동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도 소홀해지는 등 ‘미국우선주의’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의 역학 구도가 크게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의 수입은 조만간 정점이던 2008년의 약 50%, 31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줄어들게 된다”며 “그만큼 중동의 중요성이 희미해져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개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의 산유량이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되면 원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나 중동 각국의 지배 기반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미국의 원유와 정유 제품을 합친 수출은 지난해 11월 일시적으로 수입을 넘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순수출국이 됐다. 셰일유 생산과 관련한 시추 자금 조달 환경 등에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저명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 IHS마르키트 부회장은 “미국이 2020년대 초에는 연간 기준으로도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은 전 세계에 에너지를 공급해 새로운 패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의 원유 무역수지는 2017년에 1100억 달러(약 123조1010억 원) 적자였는데 수출 확대로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 천연가스 부문은 이미 2017년 순수출국으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