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네, 고객님. 이틀 안에 배송 완료될 예정입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감성지능(EI)를 갖춘 인공지능은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귀걸이를 착용하실 기대감이 크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택배 시스템 문제로 일정이 조금 지연됐습니다. 주말에 예쁜 귀걸이를 착용하고 외출하실 수 있게 이틀 내 배송 완료하겠습니다.”
직장인 B씨가 자율주행차에 앉자마자 차가 B씨의 표정을 읽는다. 어두운 표정이 감지되자 차량 내 인공지능은 차분한 음악을 틀고,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내부 온도와 조명을 조정한다.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이하 CES) 2019’에서는 5G 통신과 고도화된 인공지능(AI)에 감성지능(EI·Emotional Inteligence)를 입힌 새로운 기술들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먼저 기아차는 올해 CES 전시 주제를 ‘감성 주행의 공간’으로 잡았다.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면 이동성이 극도로 향상되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중심 ‘감성 주행’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CES 기간 기아차가 선보이는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READ·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시스템은 차량이 알아서 탑승자의 기분을 알아채는 기술을 담았다.
AI,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READ 시스템은 생체 정보 인식을 통해 운전자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소리, 진동, 온도, 향기, 조명 등 운전자의 오감과 관련된 차량 내 환경을 운전자의 감정에 따라 최적화해준다..
국내 스타트업 딥센트는 스마트 향기상자 ‘아롬(arom)’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자 상황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어 공간에 감성을 더하는 솔루션이다. 향기 캡슐 4개를 아롬박스에 넣은 후, 인터넷으로 연동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앱을 통해 향을 직접 만들 수 있다.
KAIST도 이번 CES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부 이수영 교수가 개발한 상대방 감성에 맞춰 대화하고 반응하는 인공지능 대화 ‘에이전트 기술’을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AI에 감정을 입히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감성인식 스타트업 아크릴에 투자했다. 아크릴이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조나단(Jonathan)’은 사용자의 질문에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단순 답변이 아닌 질문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알맞은 답을 해준다.
삼성전자 역시 사람 감정을 읽는 기술 특허를 내며 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CES에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열 등이 폴더블폰을 공개할 예정인데 이를 하드웨어에서 대변혁이라고 한다면 ‘EI’는 소프트웨어에서 혁명이다.
특히 인간과 AI는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5G(5세대 이동통신)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그 속도는 무한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기술은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이다. ‘마인드 리딩’이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소프트웨어로 읽는 기술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뇌파를 이용해 게임을 하고 영화의 결말을 바꾸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인간감성과 교류하는 AI시대가 이번 CES를 통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