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를 위반한 재벌 그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은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등)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시장감시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내부거래 자금을 분할해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5월 1일 지정된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2083개 소속회사를 대상으로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공정거래법상 3개 공시 의무 이행여부를 통합점검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점검 결과 35개 집단의 139개 소속회사가 194건의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에 과태료 총 23억 3332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기업집단별로는 금호아시아나(18건·과태료 5억2400억 원), OCI(18건·2억7100만 원), KCC(16건·4억8000만 원), 한국타이어(13건·2억7900만 원) 등 순으로 위반이 많았다.
공시항목별로는 대규모 내부거래(91건·과태료 19억6925만 원), 기업집단 현황(97건·3억4815만 원) 등 순으로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기업집단 현황공시 위반의 경우 지배구조 관련 위반이 83건으로 85.5%를 차지했다.
이중 상법과 정관에 따른 서면투표제, 집중투표제 도입여부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공시하는 등 주주총회 운영 관련 위반이 50건, 사회 내 설치된 위원회나 이사회 안건을 누락하거나 사외이사 참석자 수를 허위로 공시하는 등 이사회 운영 관련 위반이 33건이었다.
내부거래 공시위반의 경우 전체 91건의 위반행위 중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 또는 20% 이상인 비상장사), 규제사각지대회사(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사익편취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의 위반이 68건으로 74.7%를 차지했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와 자금대여 및 차입, 신주 인수, 유가증권 거래, 상품용역 거래 등을 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하지 않거나 공시하지 않았다.
주요 사례를 보면 기업집단 부영 소속 규제사각지대회사인 동광주택이 2015년 1월 29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동일인)에게 50억8600만 원을 대여했으나 공시하지 않았고, OCI 소속 군장에너지는 규제사각지대회사인 계열회사 에스엠지에너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50억 원 규모)을 인수했으나 공시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점검에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를 면탈하고 시장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금대여 및 차입 시 수차례에 걸쳐 자금을 나눠 거래한 일명 ‘쪼개기’ 거래도 적발됐다.
이러한 부당행위를 한 기업집단은 금호아시아다. 금호아시아 소속회사인 아시아나개발은 같은 계열사인 금호티앤아이에 2017년 6월 2∼13일 기간 동안 총 100억 원을 공시기준금액(18억2200만 원) 미만으로 6회에 걸쳐 분할·대여했다.
금호아시아 소속회사인 금호산업도 금호고속에 2016년 12월 6∼7일 이틀 동안 총 92억 원을 공시기준금액(50억 원) 미만으로 2회에 걸쳐 분할·대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금리 등 자금대여 거래조건가 상환일, 자금대여 목적이 동일하고, 한번에 자금을 충분히 대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자금을 분할해 거래했다"며 "이번에 쪼개기 거래가 새로운 유형의 공시의무 면탈행위로 등장함에 따라 이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점검 결과를 분석해 부당지원 혐의가 포착되면 관련 조사도 계속해서 진행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