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공간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의 등장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소가 예고된 수순인 만큼 정유업계가 주유소의 ‘주유’라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선 새로운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는 18일 롯데렌탈의 자회사인 카셰어링 그린카에 총 35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1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와 그린카는 소유에서 공유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차량을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GS칼텍스는 그린카와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보유 중인 주유소 인프라 등을 활용해 미래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요소인 모빌리티 거점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업·제휴를 통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SK에너지와 함께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C2C(Customer to Customer)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Homepick)’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주유소 기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 ‘큐부(QBoo)’를 공동으로 론칭하며 주유소 물류 거점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내년 초에 주유소 물류 허브화에 기반한 중고물품 거래 관련 신규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주유소에 새로운 활용 가치를 부여하고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SK네트웍스 역시 현대차와 함께 주유소를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로 구축하고 있다. 주유소를 전기차 전용 충전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주유소는 기름을 취급하는 곳인 만큼 소방법 등이 적용돼 건물 개발이 어려웠으나 전기차 전용 공간으로 바뀌는 만큼 복합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내년 서울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직영 주유소를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로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부터 미래 자동차의 연료를 한 곳에서 넣을 수 있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지으며 주유소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수소, 전기 등 대체 연료를 포함해 휘발유, 경유, LPG 등 전통 연료까지 다양한 차량용 연료를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울산광역시에 열었다. 지금까지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와 LPG, LPG와 수소를 동시에 판매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차량용 연료 전 품종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전국 거점 도시 중심으로 수요와 경제성을 고려해 복합에너지스테이션 구축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자동차업계 등과도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주유소의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는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는 사양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내연기관차에 연료를 공급하는 정유업계 역시 주유소의 역할 변화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내년도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로 성장하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차 역시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올해 5만 대에서 2022년 26만 대, 2030년에는 22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가솔린, 디젤차가 줄어들면 연료용 정유 소비도 줄어들기 마련이라 정유사들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유소 역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